▲김기호 (사)한국한문교사 한밭연수원장 |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물음이 생겨난다. 과연 동양고전 인문학 유학은 과연 무엇인가? 그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고개를 돌려 유학의 역사를 돌이켜보게 된다. 특히 기호 충청지역에서 탄생하여 발전한 유학적 사유가 전개된 역사를 반추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현재 인문학 열풍이 가지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문화적 존재라는 말은 인간이 인간의 특징, 즉 동물과 다른 인간의 존재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적 상태에 스스로 지어낸 새로운 가치가 문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것은 동물과 다른 사람으로서의 무늬를 어떻게 우리 몸에 아로새길 수 있는지 그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사유한 것이다. 그것이 문화적 존재인 인간이며 바로 인문학이 걸어온 길인 것이다.
유학이나 동양고전 등의 인문학은 이러한 깊은 의미의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 기호지역에서는 무엇보다 유학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직접 실천한 위대한 전통과 유구한 역사가 있었다. 이른바 기호유학은 조선조 유학의 중심을 형성하며 조선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큰 물줄기로 내려온 학문적 경향이며 흐름이다. 즉 충청지역은 조선조에서 유학의 학문적 중심 거점으로 자리하였다.
본래 유학은 내성외왕(內聖外王)과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기치를 높이 들고 도덕적 인격 완성과 도덕적 사회 질서의 형성을 추구한 동양의 핵심적 학문이었다. 특히 조선은 500여년을 통하여 세계사에 유례없는 유교국가로서의 전형이 되었고 그 속에서 기호유학은 학문적 중심으로 기능하였다.
그러나 서구의 침략으로부터 조선이 멸망하는 19~20세기의 역사 속에서 유학은 학문의 중심부에서 밀려나 주변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천운(天運)은 순환한다고 한다. 지금 서구 문명의 중심이며 상징인 미국에서부터 서구적 현대 문명에 대한 반성이 제시되고 있으며, 인류는 새로운 사회질서의 모색하는 지적 분투에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즉 현실세계를 지배하는 이익과 경쟁의 논리 그리고 욕망의 무한 추구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반성이 시작된 것이다.
유학은 공맹에서 보듯이 자기 생명보다 사랑 '살신성인, 殺身成仁(자신을 죽여서 인을 이루다)'을, 자기 이익보다 의리 '사생취의, 捨生取義(생명을 버리로 의리를 취하다)'를 추구한 고결하고 숭고한 정신의 경계를 보여주고 있다.
즉 사랑과 의리야말로 동양고전의 정신이요 인문학의 핵심이며 유학의 근본가치인 것이다. 이것을 버리고는 아무리 유학을 말하고 인문학을 말하고 동양고전을 말하며 기호유학을 논의한다고 해도 그것은 번지르르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나의 가장 일상적인 삶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부터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의리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인류가 부딪히는 제반 문제는 사랑과 정의에 기반한 호혜상생의 공존의식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 유학연구는 인류 문명의 신질서 구축에 기여할 임무가 있다고 생각된다.
인류사회의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즈음하여 조선조 유학의 거점인 이 충청지역에서 기호유학의 중심 인물인 충청오현의 철학과 삶을 재조명하자는 운동이 사회 각계로부터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시민사회의 성원을 동반하여 이러한 학술활동이 하나의 운동으로서 가일층 강화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아울러 이러한 운동을 통하여 기호유학과 충청오현의 깊은 학문적 경지를 학습하게 되기를 기대하며 보다 깊고 열린 마음으로 세속적 삶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으며 진정으로 의리를 실천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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