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공감을 되살리는 교육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중도춘추]공감을 되살리는 교육

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14-10-01 14:00
  • 신문게재 2014-10-02 16면
  • 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지난 칼럼에서 우리 사회가 '애(같은)어른'만 길러내고 있다는 반성을 했다 (중도일보 2014년 8월 28일자 중도춘추 '어른을 길러내야 한다' 참조). 말초적인 감각과 소비만 남아있는 사회에서 진정으로 참을성과 용기를 지닌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고 어른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공감의 능력을 길러내야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영어사전에서 '공감'을 찾아보면 우선 'sympathy'라는 단어가 나온다. 어원을 따져보면 어미의 'pathy'는 그리스어의 'Pathos'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리스 비극을 이야기할 때 흔히 표현되는 그 '파토스'다. 그리스 철학에서는 인간의 정신을 로고스와 파토스로 구분하는데, 이성적인 판단이 로고스라면 그 반대 지점에 있는 인간의 감정이 파토스로 표현된다.

파토스라는 말 자체가 고대 그리스어의 'paschein(받다)'라는 동사에서 왔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인간의 마음이 받은 상태, 즉 감정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함께라는 뜻의 'sym'이 더해지면 바로 공감을 뜻하는 Sympathy가 된다. 함께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말이다. 슬퍼하는 사람의 감정을 알아채고 슬프겠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공감이다.

그런데 영어에서 공감은 'empathy'라는 단어로도 표현된다. 앞서 살펴본대로 감정이라는 의미의 'pathy'를 공통요소로 갖고는 있지만 단어 앞부분은 함께라는 의미의 'sym' 대신에 '내부로 들어간다'는 의미의 'em'이 붙어있다. 단순히 감정을 함께하는 것을 넘어 나 역시 상대의 감정 안으로 들어가 준다는 의미다.

슬퍼하는 사람을 보면서 슬프겠구나 하며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sympathy라면 그 사람의 감정 안으로 들어가서 함께 슬퍼하는 것, 그것이 바로 empathy다. 그래서 사전에서는 sympathy에 대해 공감이라는 의미 외에도 '동정/연민'이라는 뜻풀이를 함께 달아놓는 반면 empathy에 대해서는 '감정이입'이라는 의미를 추가한다. 동정과 연민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공감이지만 그 것이 궁극적으로는 내 감정이 될 수 없기에 그 한계를 갖는 반면,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의 감정 안으로 내가 들어가 그 감정을 함께한다는 것이다.

'공감'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지향해야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알아채는데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감정을 함께 느끼고 나누는 능력에 있다. 다른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알아챘더라도 그것이 내 이해관계와 상충될 때 바로 등을 돌리게 된다면 그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공감', 그리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어른'으로서의 가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감의 능력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 물론 선천적으로 공감이 잘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기는 하다. 우리가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는, 공감의 능력이 병적으로 결핍되어 상식적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의 능력은 교육을 통해 분명히 향상시킬 수 있는 영역이다. 로먼 크르즈나릭이라는 영국의 철학자는 공감하는 능력이라는 책을 통해 여섯가지 훈련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첫 번째로는 내 생각을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두 번째로는 실제로 다른사람의 처지가 되어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는 역시사지의 단계다. 세 번째로 이를 위해 내가 평소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상반된 것에 기꺼이 참여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네 번째로 낯선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나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듣는 대화법의 연마가 필요하다.

다섯째, 예술, 문화, 영화와 같은 간접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자신의 공감을 넘어 주변의 공감까지 이끌어 냄으로써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최고의 단계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마지막 단계까지 올라선 사람들을 우리가 '사회적 어른'으로 존경하고 칭송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고통앞에서 자기의 이익을 내세우며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들의 고통을 내 일처럼 아파하고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다음 세대를 사회적 어른으로 길러내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하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