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K-water 지하수지반조사팀장 |
이 가운데 실제 우리가 이용하는 물은 많지 않다. 약 333억㎥에 불과하다. 내리는 눈과 비의 대부분은 그냥 바다로 흘러가 버리고 약 4분의1 정도만 이용하는 셈이다. 그럼 지하수는 얼마나 이용하고 있을까.
생각보다 많다. 우리는 일 년에 약 40억㎥의 지하수를 이용한다. 사용하는 물이 열이라면, 그 중 하나는 지하수라는 이야기다. 오늘날 지하수는 매우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수도가 없는 시골이나 가뭄 때나 찾던 물이 아니다. 고가의 병물, 온천수, 음료수, 화장품, 냉난방 등으로 활용분야를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지하수 시설도 전국 곳곳에 설치돼 있다. 확인된 것만도 약 150만개나 된다. 많은 곳은 지하수 시설이 3만개가 넘는 시군도 있다. 이렇게 쓰는 양과 시설이 급속도록 늘다보니, 적지 않은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웬만한 가뭄에도 끄떡도 없던 샘물이 하루아침에 마르고 급격히 수질이 나빠져 더 이상 먹는 물로는 쓸 수 없는 샘물이 생겨난다. 바닷가에서는 짠물이 밀려와 못 쓰게 된 우물이 허다하다. 이 때문에 마련된 것이 지하수관리기본계획이다. 보다 철저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지하수 관리가 시급했던 것이다.
동 계획을 바탕으로 국토교통부와 K-water는 공적자원인 지하수의 효율적인 보전과 관리, 개발과 활용 등에 관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보통신기술 인프라 구축을 통해 땅 속의 물을 디지털 도면으로 나타내고 지하수의 수위나 수온의 변화를 매 시간 자동으로 측정한다.
이렇게 쌓이고 모인 자료는 학문적, 기술적 발전의 바탕이 되고, 다시 지하수 이용 확대 및 과학적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앞으로 지하수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건강한 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지하수는 미네랄 함량이 높은 등 훌륭한 대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지하수 환경에는 일부 해결과제가 남아 있다.
지표수에 비해 이용률이 낮다.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한 각종 대책도 완벽하지는 않다. 싱크홀 등 지하수 유출로 인한 지반침하 문제도 보다 깊이 있는 연구와 실질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지하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기 일쑤고, 정부나 민간의 투자 역시 더디거나 인색한 편이다. 지하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하수가 최후의 보루라거나 미래의 청정 수자원이라는 관점에서 보전과 관리만을 특히 강조하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효율적인 사용에 초점을 맞추어 지하수의 활용가치를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K-water는 물 부족에 시달리는 섬 지역에 지하수자원확보시설을 설치해 안정적인 수자원을 확보하고자 애쓰고 있다.
2012년 기본조사를 통해 충남 보령시 삽시도를 포함한 10개 후보지를 선정하고, 올해 옹진군 대이작도와 영광군 안마도에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가뭄에 취약한 62개 농촌 산간 지역에 나눔 지하수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공공 지하수관정의 조사, 진단 및 보수를 통해 비상용수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대전, 충남지역에서는 서천, 예산, 공주가 해당된다.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98%에 이른다. 그런데도 농어촌 여러 곳이 상습적인 물 부족에 시달린다. 가뭄이라도 들면 기본적 생활조차 영위키 어려울 만큼 고통 받는 곳도 있다. 물 복지 소외 지역이다.
이러한 곳에는 지하수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저수지나 해수담수 등이 가지지 못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지하수 확보를 통해 낙도나 해안가, 산간 마을까지 골고루 풍족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해 진정한 물 복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모두의 힘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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