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서는 누리과정에 대한 국고 지원을 늘리는 게 거의 유일무이한 해결책이다. 시ㆍ도교육감들이 예산 편성을 거부할 의사까지 밝혔던 것은 자체 예산 확보에 발버둥쳐도 어려운 까닭이다. 누리과정이 대통령 공약 사항임은 덮어두고라도, 그 비현실성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해당 보육기관에 아동 1명당 매달 22만원을 지원하는 제도가 잘못됐다기보다 운용이 잘못되고 있다.
누리과정이 처음 도입된 2년 전보다 올해 예산이 4배 안팎으로 뛰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예산 일부 부담을 안 하게 되는 내년은 3세 과정의 예산이 3배 가량 증가한다는 보도다. 128만 영유아 보육료 지급에 구멍이 뚫리지 않을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추가 재원을 정부가 마련해주는 게 순리다. 예산 100%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액 부담하는 것은 생각할수록 무리다.
다른 사정을 감안해도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누리과정 예산 2조2000억원 중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발행해 갚지 못한 지방채 규모가 지난해말 3조원에다 올해는 1조4862원이 추가될 전망이 나온다. 예산 부족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가를 잘못 전망한 것도 한몫을 했다. 지자체에서 일부 연령 영유아에 대한 일부 보육비를 지원하고 있다지만, 교육청을 실질적인 관리ㆍ감독 주체가 아닌 지원부서처럼 만들어놓는 것은 달리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
아무리 공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라도 지방교육재정 위기를 자초하면서까지 할 수는 없다. 이른바 '유보통합'이라는 대전제가 있더라도 국조보조금 증액, 교육예산 내국세 비율 상향 조정 등의 합당한 대책부터 내놓았어야 한다.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교육청은 돈가뭄으로 명예퇴직마저 받아주지 못하는 것이 실상이다. 예산과 집행을 둘러싼 잡음이 더 커지면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 있는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교부금법상 교육기관 아닌 어린이집 예산까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교육청이 지원하는 것은 논외로 하고, 가장 효율적인 해법은 국비 지원이다. 극한적인 예산 지급 파행 사태가 오지 않게 지금이라도 대책을 서두르면 아직 늦지 않았다. 교육 격차 해소도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산 편성 보이콧 움직임까지 나온 배경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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