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지 침수 피해'로 두번 우는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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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 침수 피해'로 두번 우는 농민들

대전 기성·용촌동 원인규명 놓고 지자체·공기업과 수년째 싸움

  • 승인 2014-09-24 17:31
  • 신문게재 2014-09-25 5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속보>=농경지 침수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침수 원인 규명을 두고 지자체 및 공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수년째 벌이고 있다.<본보 2012년 9월 5일·2013년 10월 30일자 보도>

관급 공사장 배수시설에 하자가 있었고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어도, 지자체와 공기업은 농경지 침수의 직접적 원인을 입증하라며 버티고 있다.

24일 대전 서구 도안동에서 만난 농민 문홍배씨는 3년 전 침수피해를 입고도 아직 배상을 받지 못했다. 2011년 7월 대전에 내린 호우에 도안동 농경지 일대가 침수됐고 방울토마토가 자라던 문씨의 비닐하우스 16동도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당시 유성 원신흥동과 서구 도안동 시설농가 20여명의 비닐하우스가 모두 침수돼 농작물과 시설물 파손의 피해를 봤다.

침수 원인을 두고 도안신도시 도솔터널 진입로공사장의 배수시설 하자 때문이라는 농민들의 주장과 폭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였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주장이 맞섰다.

전문가 조사팀을 꾸리고 학회에 침수피해 조사를 위한 용역도 의뢰했으나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침수 후 2년을 보냈다. 그나마 농민들이 감사를 청구해 지난해 10월 공개된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침수 당시 도안신도시 조성공사장의 수해 방지시설이 부적정하게 설치됐던 게 확인됐다.

공사장 재해시설이 부실해 빗물이 역류한 게 확인됐지만, 이게 농경지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밝히는 일은 또다시 농민들 몫이 됐다. 때문에 기성·원신흥동 피해 농민 중 일부가 지난 1월에서야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대부분은 배상받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서구 용촌동의 농경지 침수피해 농민들도 똑같이 겪고 있다. 2012년 8월 16일 내린 폭우에 용촌동 오세영 씨 등의 방울토마토 수경재배시설 16동이 물에 잠겼고, 토마토가 뿌리째 썩는 피해를 봤다.

서구청이 설치한 배수펌프는 폭우 당시 작동하지 않았고, 당초 설계와 달리 용량이 작은 배수펌프가 설치됐고 집수정은 시설되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 하지만, 농경지 침수피해가 배수펌프 미작동에 따른 결과라는 입증은 또다시 농민들 몫이었다.

기성·원신흥동 피해 농민 20여명은 지난 1월 민사소송을 시작했고, 용촌동 피해농민은 오는 10월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침수 대책에 처음부터 관여한 대전시의회 김인식 의장은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에게 피해원인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건 공기업과 지자체의 자세가 아닐 것”이라며 “원인을 찾는 데 끝까지 책임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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