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간 네 차례 회의를 통해 속전속결로 활동을 마무리하다 보니 건설 방식과 관련해 내놓은 자료 대부분이 민선 5기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다, 특히 트램의 경우 부실한 자료라는 논란까지 일면서 사실상 지상고가 방식으로 가기 위한 수순밟기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도시철도 2호선 3단계 추진전략을 발표한 건 지난 8월이다. 1단계 전문가 회의에 이어 2단계 시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빠르면 10월 내에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략발표 일주일 전인 지난달 5일 전문가회의 위원 13명을 확정했고, 15일 후에 첫 전문가회의가 열렸다. 그로부터 정확히 23일 후인 지난 12일까지 모두 네 차례 회의를 통해 11개 쟁점지표를 선정했다.
사업비용 등 공급 측면 5개 항목과 운영비 등 운영 측면 2가지, 안전성과 이동성 등 이용 측면 4가지 등의 지표를 분석해 고가(자기부상열차)와 노면(트램) 모두 훌륭한 교통수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두 방식 모두 좋다고 하면서도 대전의 도시특성에 적합한 건설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전문가회의의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실제 제출한 자료는 지상고가 위주였다.
민선 5기 당시 24명으로 구성된 민ㆍ관ㆍ정위원회가 고가방식의 자기부상열차를 추진하거나 시행 중인 대구와 인천 등에 대한 현장견학과 대전시가 의뢰한 용역결과 등을 근거로 결정한 자료와 사실상 다르지 않은 자료를 제시했다.
반면, 트램방식에 대해선 짧은 시간과 많은 비용 등을 이유로 대전과는 특성이 다른 외국 도시와 경남 창원시 등의 자료를 근거로 장ㆍ단점을 내놨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평가지표 중 사업비용과 사업추진 용이성, 교통수단 간 갈등요인, 안전성 등 상대적으로 중요한 지표의 장ㆍ단점 분석에서는 트램방식보다는 자기부상열차 방식에 무게를 둔 흔적이 많다. 실제, ㎞당 사업비용은 고가방식이 트램보다 두 배 이상 들지만, 트램은 노선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과 전액 대전시비로 충당해야 하고 사업 추진과정에서 버스와 화물차, 보행자, 택시 등과의 갈등이 심각할 것으로 봤지만, 자기부상열차는 보행자 불편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안전 문제가 화두인 이 시점에 트램은 사고율이 높아 치명상(사망자) 비율이 높다고 한 반면, 자기부상열차는 자기장의 영향이 입증되지 않았고 강풍에 취약하다는 점을 언급하는 등 장ㆍ단점 비교 내용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회의 활동은 이렇게 끝났다.
11월초 최종 발표 예정인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결정을 위해 남은 일정은 출입기자단 100여명과 대전시민 1600명의 설문조사, 그리고 충북 오송(트램)과 대구(고가), 인천(고가)을 방문한 후 다음달 2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3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타운홀 미팅'이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 모두 권 시장의 공약을 포기하고 고가방식을 위한 정당성 확보 차원일 수 있다는 의심을 버릴 수 없다.
문창기 대전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전문가 구성을 봐도 심도있는 연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며 “공약을 뒤집더라도 최소한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부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전문가 회의는 말 그대로 전문가들이 모여 건설방식에 대한 장ㆍ단점을 비교 분석해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이라며 “11월 초에 정책을 결정해야 하기에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드는 트램방식에 대한 용역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