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호 (주)성광창호디자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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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인천 아시안게임은 평화의 숨결을 느끼면서 아시아의 미래를 꿈꾸게 하자는 대회 슬로건아래 나눔과 배려, 소통과 화합의 강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런데 개회식을 보면서 이러한 모티브를 느낀 시청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러한 감동을 느끼게 해야 할 화면이 나와야 함에도, 인천의 역사, 고속철도 및 인천공항에 대한 소개와 자랑이 화면에 흘러나온다. 낯 뜨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무수히 많은 다문화 가정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의 상당수가 아시아권 국가출신들이다. 이들을 등장시켜 나눔과 배려 그리고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면서 아시아의 미래를 꿈꾸게 할 수는 없었을까?
둘째, 아시안게임의 개회식은 스포츠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이지 연예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한류 페스티벌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도 때도 없이 개회식에 등장하는 한류열풍의 주인공들 면면을 바라보자니 필자는 연말 가요대상 혹은 영화대상 시상식을 보는 것 같았으며, 조수미의 공연에는 조용하면서, 한류스타들의 등장과 공연시 들려오는 오빠부대들의 괴성에 다시 낯이 뜨거워졌다.
물론, 올림픽 등의 개회식에 슈퍼스타 연예인들이 공공연하게 등장하였지만, 이번처럼 개회식의 주요인물이 되고 최종 성화 점화까지 연예인이 주도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왜 연출책임자들에게는 개회식을 빛낼 인물로 박찬호ㆍ김연아ㆍ박지성 같은 스포츠스타들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개회식이 끝난 후 연출책임자인 임권택 감독은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배정된 금액이 너무 낮은 230억 규모이기 때문에, 연출에 한계를 느꼈다는 총 책임자의 개회식 평을 접하면서, 필자는 마지막 남은 기대감이 소멸됨을 느꼈다. 개회식의 문제점은 연출진의 목표설정 오류 및 철학의 부재이지 돈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임권택 감독이 정말 예산이 부족하였다면 2012년 런던 올림픽 개회식에 출연한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무료 공연을 하려고 했으나, 회계처리 문제로 1파운드(약 1800원)만을 출연료로 받은 것처럼, 이번에 등장한 한류스타들은 무료출연이라는 재능기부 및 출연금에 대한 기부를 유도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번 아시안게임의 중요한 모티브가 나눔과 배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한류스타들의 출연료와 관련해서 특별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면, 정당한 출연료를 지급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예산을 집행하였기 때문에 총책임자가 돈이 부족해서 아쉽다는 개회식 평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런던올림픽 개회식 때도 연예인들이 많이 등장하였으나, 이들의 무료출연이 훈훈한 덕담이 되어 전 세계인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것처럼, 왜 우리는 한류스타들의 출연료를 아시아권 다문화 가정 지원금으로 기부하는 등의 나눔과 배려 철학을 발휘하지 못한 것일까? 최소한 이러한 기획만 하였더라도, 한류스타들의 개회식 출연에 대한 비판은 잦아들었을 것이다.
필자는 중소기업의 경영자로서 이번 개회식을 구성한 연출책임자들의 아시안게임에 대한 비전, 철학 및 목표의식이 잘못 설정되었을 때 어떠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지 지켜보면서, 다음과 같은 살아있는 경영교훈을 또 되새기게 되었다. 기업이 제시한 비전 및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경영목표가 설정되고 이러한 목표 아래 경영전략을 수립ㆍ실행하는 것이 기업에 얼마나 위험한 행위라는 점이 첫번째며, 이러한 문제점의 모든 원천은 그릇된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으로부터 야기되었다는 점이 두번째 교훈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거나, 파악하지 않으려는 최고경영자의 소통 능력 및 기업 내ㆍ외부환경 인식능력 부재는 지양해야 한다는 교훈이 그것이다.
이러한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어두운 면이 부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 지난 4년간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영광의 순간을 함께 하고픈 밝은 기대감만은 필자는 버리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 대표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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