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호남선 KTX, 대전에선 탈 수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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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호남선 KTX, 대전에선 탈 수 없다고요?

김덕기 취재2부장(행정ㆍ지방ㆍ체육)

  • 승인 2014-09-23 14:33
  • 신문게재 2014-09-24 16면
  • 김덕기 취재2부장(행정ㆍ지방ㆍ체육)김덕기 취재2부장(행정ㆍ지방ㆍ체육)
▲김덕기 취재2부장(행정ㆍ지방ㆍ체육)
▲김덕기 취재2부장(행정ㆍ지방ㆍ체육)
경부선 고속철도(KTX) 개통에 이어 한창 건설중인 호남선 고속철도(KTX)의 운행이 내년으로 코 앞에 다가왔다.

호남선 KTX는 현재 서울-대전 구간만 고속선로다. 나머지 대전-광주 182㎞ 구간은 일반선로여서 이 구간을 고속선로로 교체하기 위해 총 사업비 8조 7283억원을 투입, 공사에 들어가 올해 말까지 완공예정으로 있다. 호남고속철은 서울 용산~오송~공주~익산~정읍~광주에 정차한다.

물론 지금도 호남선에는 일일 왕복 40회 정도 KTX가 운행되고 있다. 호남 고속철 개통이 다가오면서 개통효과를 기대하는 충청주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재로선 충청주민들이 개통효과를 톡톡히 보기는 힘들 것 같다. 호남고속철이 경부고속철과 분기하는 오송역이 위치한 충북은 나름 인적, 경제적 파급 영향으로 개통 효과가 있겠지만 대전과 충남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충남에는 공주역이 세워지고 있으나 공주시내와 상당한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아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 그나마 기대했던 역세권 개발마저 난항을 겪고 있어 지역개발 효과도 누리기가 쉽지 않다. 육해공군 본부와 육군훈련소 등이 위치해 철도 이용객이 많은 계룡시와 논산시도 지금은 호남선 KTX가 다니고 있어 불편이 없지만 오송~광주간 신규 노선이 완공되면 KTX 투입 중단으로 공주역이나 전북 익산역으로 가서 타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전은 더욱 문제다. 지금은 일반선로인 서대전역을 운행하고 있어 대전시민들이 이용에 불편이 없으나 호남고속철 노선이 내년 완전 개통되면 서대전역을 이용할 수 없다. 대전시민들이 호남선 KTX를 타려면 인접한 공주역이나 오송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불편이 이만 저만 큰 게 아니다.

호남선 KTX 이용자는 1일 1만 8100여명, 연간 660만여 명에 이른다. 이 중 대전~논산간 대전권 이용자는 1일 5000여명, 연간 190여만 명에 달하고 있다.

그래서 대전ㆍ충남권 지자체와 3군 본부, 육군훈련소 등은 내년 개통예정인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계룡역, 논산역 경유를 국토해양부 등 관계 요로에 지난 2012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고속철이 완전 개통되더라도 운행하는 KTX 중 일부를 현행 노선인 서대전~계룡~논산 구간을 통과할 수 있도록 배차해 달라는 요청이다.

이같은 대전ㆍ충남권의 요구에 정부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 전남ㆍ북 등 호남권의 반발이 거세고 충청권인 충북마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권은 대전ㆍ충남권이 요구한 내용이 수용될 경우 당초보다 32㎞가 늘어나 속도는 150㎞/h로 떨어져 45분이 추가로 걸려 사실상 저속철로 전락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충북도 반대 입장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당선인 시절 “호남선이 서대전역을 거쳐 가게 된다면 KTX호남선을 만든 취지 자체가 무색해 지는 만큼 오송역에서 호남으로 곧바로 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었다.

호남고속철 확정노선은 이용객 접근성과 편의성, 수익성 확보 등 보다는 정치적 결정의 산물임은 전문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정책 결정을 지켜본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인구 30만 이상 도시에 고속철 역사를 입지시키는 게 상식인 데 공주역은 그런 상식에서 벗어났고 승객 수요가 풍부한 대전이 빗겨난 것은 문제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직 이명박 대통령도 재임시절 KTX로 서대전역을 이용해 대전을 방문했을 때 향후 고속노선 완공 후엔 대전을 거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호남과 충북의 반대 의견은 명분이 약하다. 경부선 KTX도 전용선이 개통된 이후 기존의 이용 수요를 고려해 밀양역과 구포역, 수원역을 경유하고 있는 전례가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말한 KTX호남선을 만든 취지 자체를 살려야 한다면 애초 호남고속철 분기역은 오송이 아니라 직선노선인 천안에서 분기하는 게 더 맞다.

호남주민들도 역지사지해 봐야 한다. 자신들이 대전시민 등과 똑같은 입장이라면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대전시민의 30% 정도는 호남출신으로 알려졌다. 이래 저래 호남과 연고를 갖고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전에 사는 자식과 손주들이 어르신들을 찾아뵈려 고향 호남을 빨리 가려고 서대전역에서 KTX를 타겠다는 데 반대하는 꼴이다.

이는 대전과 호남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됨은 뻔하다. 나무만 보다 숲을 놓치는 격이다. 다행히 지난 지방선거에서 권선택 대전시장은 이 문제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 노선 존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서대전역을 경유토록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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