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 문맥이 어떠하든 교육감들의 중의를 모은 '교육자치' 요구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지방교육자치가 훼손됐는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그동안 교육자치의 본질보다 교육감 자격 요건과 선출 방식 등 제도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더 그런 것 같다. 이번은 좀 다르다. 교육부의 의도와 교육감들의 의지의 충돌로도 볼 수 있다.
이는 지난 18일 전국 교육감들이 장학관 임용 등과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뒤에 나와 더 그럴 것이다. 협의회에서는 잦은 행정명령과 시정조치, 형사고발까지 빚어지는 '초강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다. 단적인 예로 교육감 코드인사를 막겠다는 교육 전문직 임용요건 강화가 교육자치 사수를 결의하게 한 빌미로 작용했다. 5세 이하 무상교육인 누리 과정의 보육료를 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은 요사이 전국시군구협의회의 요구와도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
사실 민선 6기 들어 교육감의 면면으로 보면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적인 구도가 공고해졌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과 사사건건 전면 대응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에 이념 논쟁, 정치 논리에 사로잡혀 '교육자치'의 명분이 충동할 위험성은 더 높아졌다. 이럴수록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는 안 된다. 학교 주변 관광호텔 건립 훈령 발표, 교육감 견제 성격이 짙은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개정 움직임 등은 대립각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개방형 인사까지 하는 마당에 인사권 박탈이며 따라서 교육자치 훼손으로 보는 입장인 듯하다. 물론 교육감 권한을 침해한 것 모두 교육자치 훼손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교육자치가 만신창이가 된 것은 불필요한 정부 간섭과 정치권의 책임,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일부 전ㆍ현직 교육감들이 나눌 몫이기도 하다. 교육부와 교육감은 교육현장이 이념의 장으로 변질되는 혼란을 막아낼 공동 책임이 있다.
대립의 양상이 어디로 흐르든 시대에 역행하거나 교육의 본질에서 멀어지면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교육감 기본 권한을 침해한 월권인지 가리기에 앞서,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을 정치의 부속물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한 헌법적 장치다. 이 테두리에서 교육자치가 보장되고 발전돼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감들이 공동 노력할 몫은 진정한 교육자치에 있다. 최소한, 교육자치를 말하려면 교육의 본령에 충실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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