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비로소 철들고 살아생전 불효한 것만 생각난다고 하였듯이 필자 역시 십여 년 전 작고하신 어머니에게 지은 많고 많은 불효 중 가장 후회되는 것이 초등학교시절 비오는 날 등굣길에 없는 우산 달라고 생떼를 쓴 철부지 투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느 날 아침부터 비가 계속 내리자 어머니께서는 비료포대 구멍 뚫은 걸 주면서 쓰고 가라고 하시기에, 철없는 아들은 창피해서 못 쓰고 간다고 우산 달라며 떼를 쓰니까, 어머니는 이웃집으로 빌리러도 다녀보다가 끝내 구하지 못하고 못난 아들을 설득하셨지만 어리석은 불효자는 말을 듣지 않았다.
우산에 관한 또 하나의 안쓰러운 사연은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 1학년 어느 날 일로써 그 날 아침엔 비가 안와서 아들은 우산을 안 가져갔고 하교시간에 갑자기 비가 오는데 아내는 더 먼 거리의 직장에 나가 있어서 갈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직장에 잠시 외출을 달고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학교에 가보니 대부분의 부모들이 와서 자기 자녀들을 자가용 또는 우산을 씌워가고 있는데 저만치 어느 한 꼬마가 책가방을 머리에 쓰고 가는 모습이 보여 자세히 살피며 쫓아가 보니 예상대로 걱정하였던 아들 녀석이었다.
아들 녀석을 보는 순간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한 가운데 이름을 부르니 뒤돌아보는 녀석의 모습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마는 누구나의 상상대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의 미소는 지금도 아들 녀석과의 어릴 적 감동의 상봉장면 중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홍석원ㆍ충청지방우정청 괴산우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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