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마당]일본의 흔들리지 않는 장수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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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마당]일본의 흔들리지 않는 장수기업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 승인 2014-09-22 14:13
  • 신문게재 2014-09-23 16면
  •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우리나라에 100여년 이상 된 장수기업으로는 두산(1896)과 동화약품(1897), 그리고 조흥은행(1897) 정도이다. 한국에 장수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한 이유를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국가적 재난 때문이라는 핑계로 위로 삼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나 아쉬운 성적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경쟁관계라고 느끼며 비교하고 싶어하는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에는 창업 100년이 넘는 기업이 5만여개사, 300년 이상의 기업은 400여개사가 넘는다. 물론 단순히 긴 역사만으로 기업의 미래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국가에서 장수기업이나 노포가 다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일본의 노포는 점원에게 기본기를 충실히 가르칠 뿐만 아니라 최고 실력을 갖춘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게 한다.

또한 전통을 소중히 여기되 결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격려하며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기업에는 공통적으로 신용을 중시하는 사훈(社訓)이나 사시(社是)가 있고,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경제환경의 변화에 과감히 대항하는 경영자들이 있다. 물론 이들 역시 때에 따라서는 경영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강조했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지고 있으며, 그 외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이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첫째, 끊임없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변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이시카와현에 있는 150년 전통의 가가후후모로야란 기업은 요정이나 시장에 밀기울을 도매로 판매해 오다가 40여년 전부터는 아예 관광객들을 위해 밀기울요리 전문점으로 개점하였다. '전통이란 혁신의 연속'이라는 선대로부터의 가훈은 경영학에 도입해도 부끄러울 것 없는 명언이다. 이렇듯 기업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한 우물을 파면서도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서 개발과 혁신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하는 것이야 말로 장수기업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창의성을 연구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도는 본업과 관련이 깊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경영원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예로는 감즙으로 부채를 만들어 판매했던 구마모토현의 구리카와상점(栗川商店)을 들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선풍기에 에어컨까지 등장하고, 게다가 중국산 플라스틱부채가 등장하면서 시장을 빼앗기게 되자 틈새시장으로 선물용 부채를 개발하여 해외시장까지 개척한 기업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기업 고유의 전문분야에서 다른 업체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창의적 개발로 성공을 거두는 것이 장수기업의 비결인 것이다.

셋째, 고객과의 신뢰관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오사카에 있는 시텐노우지(四天王寺)를 건축한 콘고구미(剛組)다. 이 기업은 우리나라에도 자주 소개되었는데, 백제에서 초청된 장인 유중광이라는 기술자에 의해 578년에 설립되어 약 14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서, '철저한 장인정신과 이를 인정해 준 고객들과의 신뢰관계'를 장수기업의 비결이라고 말하고 있다.

몇 가지 공통점을 언급했지만, 역시 장수기업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오래 살아남는 것을 넘어서 탁월한 성과와 사회적 신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의 평균수명이 13여년에 불과하고 30년이 지나면 기업의 80%가 사라지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수백 년 이상 기업을 유지해 온 또 다른 이유를 언급하자면 무엇보다도 오랜 세월동안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키웠기 때문일 것이다.

예부터 일본 상인들은 '돈을 남기는 것은 하(下)이고, 가게를 남기는 것은 중(中)이며, 사람을 남기는 것은 상(上)'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고 한다. 눈앞의 이익보다 사람을 더 중시해 온 일본의 기업문화와 경영철학이 일본경제의 근간이 되면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지속 가능한 선진국 대열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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