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상. 집결지 해체와 피해여성 지원체계 구축
중. 신변종 행태 여전
하. 대전경찰청 황운하 부장에게 듣다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에서 두 차례 건물 화재로 여성 14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를 반성하며 2004년 9월 시행된 성매매방지법이 오는 23일로 10년을 맞는다. 방지법을 계기로 성매매산업의 축소와 피해여성 인권보호에 다가가는 디딤돌이 됐는 분석과 함께 신·변종업소의 증가 등으로 특별법이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성매매알선 처벌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를 축으로 한 방지법의 명암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지난 3월 대전의 제조업체 취직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A(40·여)씨는 성매매업소를 벗어나 스스로 생활하기까지 성매매방지법이 있어 가능했다. 선불금 미끼에 20대 초에 성매매업소에 빠진 A씨는 15년간 감금과 감시 속에 성매매를 강요받았고, 2008년 경찰의 유천동 집결지 해체를 계기로 업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업소를 벗어난 후 갈 곳이 없던 A씨는 당시 처음 만들어진 성매매여성 자활지원시설에서 생활하며 자격증을 따고 사회성교육을 받은 끝에 탈성매매 후 4년만에 자활을 이룰 수 있었다.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10년 만인 2014년 대전에서는 성매매집결지를 해체하고 피해여성이 사회에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피해여성에 대한 감금과 강요에 대한 사회적 감시도 강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던 대전의 성매매 집결지는 방지법이 제정된 후 4년 만에 해체됐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은 제3자의 성매매알선, 권유, 유인, 장소제공을 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확히했다. 또 성매매방지와 피해자 지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규정했고, 실태조사와 예방교육, 그리고 상담소와 지원시설까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러한 법률적 기반을 바탕으로 대전 중부경찰서는 2008년 성매매업소 67개 업소에 여성 400명이 있는 집결지를 집중 단속해 자발적 휴업과 폐업형태로 폐쇄를 이끌어냈다. 이어 대덕구의 또다른 집결지인 구청과 경찰의 집중적인 위생점검과 단속, 골목재생사업으로 카페 형태의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했다.
채계순 대전여상자활지원센터장은 “당시 대전의 성매매 집결지는 여성들이 업소 내에 감시받으며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폭력과 갈취가 이뤄지는 여성 인권유린 현장이었다”며 “집결지 해체는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집결지는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탈업소 이후 생계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지면서 이들을 위한 자활지원시설과 쉼터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방지법 이전에는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지원과 자활이라는 개념이 없어 억압당하고 사채에 내몰려 성매매에 내쫓겨도 개인의 문제로 치부됐다. 방지법을 계기로 대전에 성매매 피해 상담소와 쉼터, 자활지원센터 그리고 독립된 생활을 돕는 그룹홈까지 만들어졌다.
2009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모두 1126명이 상담소에서 성매매피해 상담을 벌였고, 탈성매매를 결심한 피해여성 323명이 자활지원센터에서 직업훈련과 교육을 받았다. 경찰도 인권유린을 가져오는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을 진행해 2011년 299명, 2012년 254명, 2013년 279명을 각각 입건했고 올해 441명을 또다시 적발했다.
대전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손정아 소장은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돼 더 많은 사람이 성매매를 범죄로 인식하게 됐고, 피해여성의 극단적인 인권문제는 완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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