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규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
지난 9월 2일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고 김동혁 군의 어머니인 김성실씨가 낭독한 세월호 유가족 국민 호소문의 일부 내용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우리들은 추석이 없습니다”라며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농성 중에 있다. 추석은 모든 가족들이 모여서 한해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어려운 일은 서로 위로하고 잘된 일은 모두가 기뻐하고 칭찬하는 가족 모임의 자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식구들 중에서 한명이라도 없으면 허전하고 궁금한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원히 오지 못하는 길을 가버린 아이가 우리가족 중에 있다면 정말로 끔직한 가족 모임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족과 함께 즐거워하고 있는 명절에도 아이들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세월호 가족들을 생각하면 우리의 행복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월 14일 한국에 입국하면서 공항에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16일 광화문 시복식에서 그리고 17일 단원고 2학년 이승현 아빠인 이호진씨에게 세례를 주면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온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긴 하지만 어쩜 우리생활과 크게 상관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끊임 없는 관심을 보여줬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어떠한가? 박근혜 대통령은 슬퍼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주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세월호 유가족 면담 자리에서 “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에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언제든 다시 만나겠다 약속하지 않았던가? 또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대국민담화에서 사고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우리들은 박 대통령의 진심을 믿는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보여줬던 눈물이 진심이길 바란다.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는 유가족들과 동조 단식자들 옆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실시한 식사 퍼포먼스를 보면서 필자는 정말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정당에 가입하지도 않았으며, 정치적인 사항은 잘 모른다. 다만 필자는 서로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식사 퍼포먼스를 실시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식들을 죽게 만든 원인과 진실을 밝히고자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하며 농성하고 있는데, 그들 옆에서 음식 냄새를 피우며 식사 퍼포먼스를 한 사람들은 과연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까? 만약 이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의 가족 중에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 최소한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에 동감하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인간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무엇인지 그들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매월 중도프리즘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데 이번 글까지 포함해서 세월호에 대하여 벌써 3번째 글을 싣고 있다. 자식을 둔 부모들의 아픔에 대하여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세월호 침몰과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한다면 내 자신을 포함한 우리 가족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세월호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은 누구를 탓하고 벌하기 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진실을 밝혀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서울에 출장을 자주 간다. 다음번 출장길엔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찾아 손이라도 한번 꼭 잡아주며 힘내라는 말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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