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효 한국생명공학연구원 ABS연구지원실장 |
10월 12일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기 때문이다. 이 의정서는 타국의 유전자원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해당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 자원을 활용한 제품개발을 통해 얻은 이익을 해당 국가에 일정부분 나누어줘야 한다는 국제조약이다. 의정서가 발효되면 원가 상승, 로열티 지급 등으로 인하여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산업계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즉, 유전자원 수입국은 부담이 증가하는 반면, 유전자원 수출국은 그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얻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유전자원은 제약, 식품, 화장품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바이오산업의 원료로 사용되는 생물자원이다. 항노화, 미백 등에 효능이 있는 화장품 개발에 필요한 물질을 제공하는 식물이 대표적인 유전자원의 예로 들 수 있다. 의약품이나 기능성식품 개발에 필요한 미생물, 동물, 유전자 등도 그 범주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원료로 이용되는 유전자원의 67%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제조에 사용되는 유전자원 중 외국산이 78%에 이른다. 이러다보니 유전자원 수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로열티가 1조 5000억원에 달하며, 집계에서 누락된 수치를 합하면 수조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이는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될 경우 유전자원이 빈약한 자원 수입국 입장인 우리나라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추가로 발생될 것임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에겐 예상되는 국내 피해를 줄이기 위한 현명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정한 선순환 투자를 통한 원료의 국산화 전략이 필요하며, 부족하나마 국내의 토종자원을 개발하여 수입대체 자원을 발굴하는 연구는 당연히 촉진되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의정서 발효가 다가온 만큼 우리도 비준을 하자는 섣부른 주장이 있으나, 국익의 보호 측면에서 소탐대실의 우려를 범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전 세계에 우리 고유의 유전자원이라 주장할 만한 생물종이 많지 않고, 국내 생물다양성도 풍부하지 못한 편이다. 다시 말하면 수출할 만한 국내 생물자원이 많지 않으며, 우리나라 자원을 수입하기 위해 접근할 나라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나고야의정서가 유전자원이 풍부한 자원 수출국에 유리하며, 수입국에는 불리한 국제질서라는 걸 의미한다. 중국이나 브라질의 풍부한 자원이 부러운 상황이다.
현재 비준국은 전세계 200여개국 중 50개국에 불과하며 아프리카, 동남아 등 자원 수탈을 경험한 기술 후진국들이 대부분이다. 비율은 25% 수준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의정서 자체가 창조적 모호함의 걸작이 아니던가. 그래서 의정서 조문의 추가 협상 당위론이 나오고 있고, 비준에 대한 선진국들의 미온적인 태도도 그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모호한 내용의 의정서 체제를 국내에 적용하는 비준을 추진할 시에 생명공학 관련 산업계와 연구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부 유출을 최소화 하는 지혜를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이유다. 새로운 국제질서가 태동할 때 그에 대응한 국내질서를 규정하는 비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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