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헌 정치사회부장 |
우선 대전시에서는 이것이 권선택 시장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생각이 맞나 싶을 정도의 안을 들고 나왔다. 얼마 전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대전도시공사 사장에 대한 인사간담회와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시와 시의회에서 제시한 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청문대상과 청문 범위 및 운영방법, 자료제출 범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정무부시장을 청문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 문제인데, 정무부시장을 시가 제외시킨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측 인사들도 일단은 정무부시장도 직책이나 업무성격상 장기적으로 청문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다른 자치단체의 경우 인천시에서도 포함시켜 진행했다는 이야기가 들려, 더욱 그렇다. 물론 시의회에서는 정무부시장을 포함한 지방공기업 사장 및 이사장(4개 공기업)으로 제안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따로 있다. 시에서는 청문 범위와 운영방법을 직무수행능력 중심으로 하자는 의견이다. 또 공개는 하되 간담회 방식으로 운영하자는 제안이었다. 이것이 권시장의 생각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도덕성 부문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될 소지가 커 제외시키자는 것이었다. (시의회에서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준하여 운영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시는 한발 더 나아가 후보자의 제출서류를 지원서와 자기소개서, 직무수행계획서로 한정했다. 병역이나 학력, 자격증 사본, 경력증명서, 신원조사서, 기본증명서, 가족관계, 등록대상 재산 및 국세.지방세 납부실적 같은 공직자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덕목을 파악할 만한 서류는 제외됐다. 시의회는 자료제출서류에 이를 포함시켰다.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을 내정자 동의하에 청문회 의결은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시측의 안은 그나마 조금 이해가 간다. 자칫 신상털기나 헐뜯기로 흐를 가능성을 염려한 탓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도 방식에서 해결할 수 있다. 도덕성 검증에 대한 1차 청문회는 비공개, 업무수행능력 검증 시간인 2차 청문회는 생중계로 공개하는 경기도의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
전체적으로 시측의 인사청문제도는 그저 “이런 것도 우리는 했다”라는 인식에 그칠 수밖에 없는 보여주기식 제도도입에 만족하는 듯한 인상이 깊다.
이밖에 청문요청 인원에서는 2명이상을 제안한 시의회와 내정자 1명을 제안한 시의 안이 달랐다. 하지만 이부분은 전체적인 맥락으로 볼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시는 이번 인사청문회를 '첫발을 뗀 의미있는 성과물'이라는데 초첨을 맞춰 달라는 것인데, 기대심리가 한껏 높은 여론을 감안할 때 답답한 마음을 안겨준다. 요식행위에 그치며, 청문회를 도입한 권시장이나, 청문회를 주관해 나갈 시의회 의원들 모두에게 엄청난 비판이 예상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에 도입될 인사청문제도는 권선택 시장의 의지에 달려있다. 청문회를 진행할 의회 의원들에 대한 면책특권이 없는 법.제도적인 한계속에 청문회가 아무리 철저하게 진행된다해도 시민들의 기대에 부합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얼마나 그에 가깝게 인사청문회 본래의 취지를 잘 살려 나갈 수 있느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 시장은 자신의 인사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번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이 어떤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권시장의 진정성을 엿볼수 있겠다. 이미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인사청문회로 인해 도덕성 등에서 자격이 미흡할 것으로 염려한 후보자들이 아예 공모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자료제출 요건을 강화하고 더불어 정무부시장 등 청문대상 확대의 필요성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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