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소리]잊으면 안되는 천형 '소아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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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소리]잊으면 안되는 천형 '소아마비'

김호택 한국로타리 EPN코디네이터(연세소아과병원장)

  • 승인 2014-09-18 14:02
  • 신문게재 2014-09-19 16면
  • 김호택 한국로타리 EPN코디네이터김호택 한국로타리 EPN코디네이터
▲김호택 한국로타리 EPN코디네이터(연세소아과병원장)
▲김호택 한국로타리 EPN코디네이터(연세소아과병원장)
소아마비라는 무서운 병이 이 땅에서 사라진지 30년이 되었다. 많은 어린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살아서도 불구가 되어야 했던 무서운 질병을 우리는 잊었다. 30년 경력의 소아과 의사인 나조차도 소아마비 환자를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도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소아마비라는 질병을 앓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파키스탄에서는 아직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분쟁과 내전을 틈타 다시 단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나라들이 여럿 있다. 시리아, 소말리아, 에티오피아와 같은 나라들은 물론이고, 이스라엘조차도 위험 지역이라고 WHO는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2년 전 중국에서도 위구르족 분쟁을 틈타고 발생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쉬쉬하고 있는 형편이다. 유전자 조사 결과, 중국의 소아마비는 파키스탄에서 유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나라도 국내 사정이 급박해지는 어려운 상황을 당한다면 언제 어떻게 소아마비가 다시 유행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 중 하나다.

소아마비는 인간에게만 전염되기 때문에 인간이 없앨 수 있는 유일한 질병이다. 우리는 이미 질병 하나를 예방접종으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든 경험이 있다. 바로 천연두다.

국제로타리는 35년 전부터 소아마비를 이 세상에서 없애기 위해 수많은 회원들의 땀과 눈물과 피를 바쳤고, 13억달러가 넘는 엄청난 기부를 통해 뒤를 받쳐 주었다. 이에 호응한 WHO, UNICEF, 빌ㆍ멜린다 게이츠 재단, 미국의 CDC, 그리고 각국 정부들과 함께 GPEI라는 이름의 총사령부를 만들어 소아마비 박멸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미 100억달러가 넘는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2018년까지 아직 남아 있는 몇 나라에서도 뿌리를 뽑기 위한 플랜을 세웠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총 55억달러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 미국 정부의 22억달러와 빌 게이츠의 19억달러 기부를 비롯한 많은 국가와 개인의 기부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한국정부의 기부액은 10여년 전의 38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어려운 세계적인 현실을 외면하는 짠돌이 국가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정부개발원조'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2조~3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외국에 기부하고 있다. UNICEF를 비롯한 국제기구에 대한 기부금만 2200억원이 넘는 좋은 이웃 국가다.

그렇다면 어째서 유달리 소아마비 박멸을 위해서만 인색한 것일까? 영국의 12억달러와 일본의 5억달러 기부까지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웬만큼 이름 있는 나라 중에 소아마비를 위해 3000~4000만달러 기부하지 않은 나라가 없는데, 유독 한국만 빠져 있을까? 그것은 소아마비라는 질병의 무서움과 박멸 후의 성과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들 모두가 잘 모르고 있는데, 정부만 따로 알 수는 없다. 이 나라는 국민을 위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없어졌지만 몇 나라에서마저 없앨 수 있다면 우리의 아이들도 영원히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그리고 혹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다면 언제라도 우리에게도 소아마비가 재발할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식한다면 우리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소아마비는 우리에게 잊혀졌지만 결코 잊으면 안 되는 질병이며, 최악의 경우 수십만의 어린이가 천형(天刑)을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는 비극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 그 천형을 안고 사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돌이켜보면 결코 남의 일로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소아마비! 우리가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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