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로 따지면 지방대학 경쟁력 방안이 아니었다. 일차적으로는 지방대학의 장이 학칙으로 정하도록 시행령을 마련하고도 권고에 그친 법의 수준이 문제였다. 어떤 법이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의 지지가 절대 필요하다. 지방대육성법에서 법을 지킬 주체는 지방 대학이다. 지역 우수 인재 선발에 있어 강제성 여부로 성패가 좌우된다면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수 있다.
이제 와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앞세운 거창한 명분을 꺼내는 건 무의미하다. 실례를 보면 지방대 로스쿨 대부분이 법정 기준을 넘어서지 못한 가운데 거점 국립대인 충남대는 3.8%, 충북대는 9.3%에 지나지 않았다. 의학전문대학원 모집에서도 미세한 수치 등락만 있을 뿐이었다. 지방대학 보호를 위한 법을 지방대에서 내친 결과에 대해 입법 취지의 근본부터 뜯어봐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지역 출신 학생의 진로와 지방대학의 생존 전략이 따로 갔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지방대학의 경쟁력 저하와 지역 우수 인력 유출 사이에도 심한 괴리감이 생긴다. 지방대학이 공감한 지방대 위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지역 인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충원만 하면 그만인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선발을 통해 지역 인재가 역외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에 정주하며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는 온데간데없다.
현실에 적용하면 서울 출신 학생들이 지방대 로스쿨이나 의전원을 나와 서울로 진출하게 되는 점은 똑같다. 제도 시행이 예고되면서 입시계가 들썩였는데 지역 인재가 빠진 자리를 수도권 출신들이 채운다는 점은 여전했다. 법정 기준 준수를 감독하고 지역 인재 선발을 독려할 방법을 찾아볼 때다. 상황이 이런데 수도권과 지방의 불공정한 경쟁 구도를 깬다는 허황된 말장난이나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지방의 경쟁력, 지방대의 경쟁력이 함께 가야 하는 건 거의 숙명이다. 명분도 실리도 잃은 지역할당제로 전락한 이 법은 지역 인재를 키우면서 지방대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권리 침해 시비를 낳으면서 만든 법이 한심한 수준이 돼 실망이다. '일정 비율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법 조문부터 잘못됐다. 지방대학들은 '노력'에 소홀했다. 강제력이 없어 외면했다는 말은 참 듣기 거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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