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미래를 걱정하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시론]미래를 걱정하자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 승인 2014-09-17 14:13
  • 신문게재 2014-09-18 17면
  • 박헌오 대전문학관장박헌오 대전문학관장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남의 탓하다가 스스로 떨어져 죽은 사람은 무슨 말을 남길까? 한치 앞은 내다보지 못하면서 지난날만 원망하거나 따지고만 앉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불끈 들어다가 정신이 번쩍 나도록 찬물에 목욕시키고 싶은 심정이 든다. 더욱이 자신은 못하면서 남들이 충정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일들을 다 못마땅하게 여기고 비난하고 음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이 번쩍 나도록 살짝 불구경 시켜주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날을 생각하면 모두가 죄인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미래를 생각하고 책임을 다하며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보다 더 용납할 수 없는 죄이다. 그 마음의 죄에 대한 깨우침이 필요하다. 실수를 뉘우치는 사람은 용서해도 계획적으로 잘못을 번복하는 용서못할 일이 너무나 뻔뻔하게 많다. 미래에 대한 방관이나 무책임의 자세, 언변과 술수에 의존한 오만이나 왜곡의 자세, 자기들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계획이나 단말마적인 말세론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희망의 교육대에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과거의 우리가 대다수 그래왔다.

그래서 오늘의 우리사회가 여러부분 엉망진창이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걱정하는 진심이다. 흔히 어처구니없는 사람꼴을 볼 때 '상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문 앞의 일부터 나랏일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정신 차리고 미래를 걱정하고 방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과제에 우리들은 직면해 있다. 일일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연상되는 일들이 떠오를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을 회피하고 방관하고 침묵으로 동조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교육이다. 교육의 산물이 미래사회이다. 내가 존경하는 한 여성분이 들려준 얘기인데 '초등학교를 일본에서 다녔는데 일본인 선생님 한 분이 한국인이라고 차별당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몇 해 전에 그 선생님한테 한번 들러달라는 연락이 와서 갔더니 60년 전에 교실에서 잘못한 일을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더라는 것이다.' 지면상 전말을 상술할 수 없지만 원망이 용서를 넘어 존경으로 변하게 되는 순간이다.

얼마 전 문학관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전화를 길게 하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에게 가서 '문학관 주차장은 문학관 이용객이 사용해야 하니 차를 좀 빼 달라'고 요청했다. 잠시 후 그 청년은 얼굴을 붉히며 나오더니 '이 주차장이 당신 것이냐?'로 시작해서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쏟아 부었다.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당신 윗사람이 누구야? 그냥 안두겠다'고 달려드는 것이 다반사이다. 공적 질서를 위협하는 사람은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여긴다.

우선 자신의 이익만 챙기기에 안하무인지경이 되는 것이다. 공무가 방해당하기를 넘어서 능멸당하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 조심하라고 한다. '나이 먹었으면 나이 값을 해 이×××야'하는 젊은이에게 도리란 것이 없듯이 세상 강한자들에게 도리는 막무가내 없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지난날의 교육의 결과이다. 그것이 이 나라의 모범이 되어야 할 지도층이 보여준 사회적 현상이다.

'개 조심! 주인도 물렸음!!' 그리고 언젠가 자기가 기르는 개에게 물려 죽음당하는 주인도 있었다. 자기가 키운 자식에게 죽음당한 부모도 있었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조간신문이나 저녁뉴스가 시민을 교육시킨다. '내가 먹지 않는 밥이면 다된 밥에 재를 뿌려도 된다. 내일 알을 낳기를 기다리기보다 오늘 닭을 잡아 알을 있는대로만 꺼내어 나눠먹고 말자. 수박넝쿨이 다 짓밟아도 수박 한 통 따내면 그만이다. 완전범죄로 보험금만 타먹을 수 있다면 흉악한 일도 감행한다. 남을 해치는 놈이 될지라도 강한자식 키운다.

윤리관이나 도덕성은 나중일이고 시험에 합격하는 자식이면 된다. 법에만 걸려들지 않으면 기회주의자가 되어서라도 목적을 달성해라. 공공질서나 나라꼴이 무슨 상관이냐? 말만 잘하면 본심을 감추고 속일수도 있고 이길수도 있다.' 상식적 도리가 무너뜨려서는 안 될 정치ㆍ경제ㆍ사회질서의 마지노선이다. 인성교육은 삶의 기반가치를 만들어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다. 오늘이 어렵더라도 내일은 바르고, 따뜻하고, 풍요롭게 보장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교육, 솔선수범하는 사회를 만들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5.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5.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