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현주건물 방화치사 혐의로 김씨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도 경찰 조사를 토대로 6개월간 구속기소해 김씨는 6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에 이렇게 썼다.
사망한 A(22)씨와 B(22)씨는 함께 보도방을 하던 친구이며, 김씨는 2012년 10월부터 A·B씨와 조건만남으로 성매매하기로 하고 수익을 7대 3으로 나누기로 했다. 하지만, 이듬해 5월까지 여성이 벌어온 돈을 A·B씨에게 모두 빼앗기고 수시로 폭행을 당해 앙심을 품고 두 사람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급기야 지난해 8월 중구 선화동 모텔에서 A·B씨가 잠든 사이 휘발유를 뿌려 불을 붙여 두 사람을 중증화상으로 사망하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경과 달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김씨의 청바지와 신발에서 탄화흔 또는 인화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체포될 당시에도 김씨의 신체와 옷에 인화성 물질 냄새나 그을린 자국이 없었다.
김씨는 첫 수사단계에서는 범행을 시인했지만, 이후부터는 일관되게 부인했다. 김씨 측은 “사건 직전 A씨가 'B씨가 자신(여성)을 장기밀매업자에게 팔아넘기려고 한다. A씨가 사온 휘발유로 B씨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할테니 먼저 나가고, 무슨 일이 있으면 잘 둘러대라'는 취지의 글을 적은 휴대폰 메모장을 보여줘 모텔에서 나온 것일 뿐 방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김씨는 홍씨의 할머니집에서 홍씨와 함께 기거할 정도로 가까워 살해 동기가 없고 사건 당일 발견된 A씨의 휴대전화 분석 결과, A씨가 한달여 가까이 포털사이트에서 '미운 사람 죽이는 법, 질식사, 독약, 자는 사람 죽이기, 불 지르는 법' 등을 검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화재 발생 직전 A씨가 김씨에 보여줬다는 메모장 기능이 사용된데다, 화재 직후 김씨가 도망가지 않고 모텔 근처 편의점에서 A씨를 기다리고 있었던 점 등을 들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기관으로부터 범행을 추궁당하자 위축된 나머지 범행을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오히려 A씨가 방화를 통해 B씨를 살해하려는 마음을 먹고 휘발유를 구입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부실과 무리한 수사 논란 속에 검찰은 불복하면서 A씨가 갈등관계에 있던 B씨를 살해하는 것을 김씨가 방조했다는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적용했지만,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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