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대표 이정희)이 당원이던 한 남성과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남성이 벌인 성폭력 사건 때문이다. 피해 여성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범행이 들통나자 남성은 곧바로 탈당했지만, 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복당할 수 없는 제명 결정을 내렸다. 당의 이념과 특성상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당적을 삭제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커졌다. 남성이 당의 결정을 거부하고 법적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다. 2012년 10월 23일경 남성 당원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성 B씨가 통합진보당 충남도당에 문제를 제기했다. 공개적으로 사건이 알려지자, A씨는 곧바로 탈당신고서를 제출했고 충남도당은 같은 달 26일 탈당처리를 완료했다.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2013년 5월 충남도당은 A씨의 행위가 당규 제13호 성차별·성폭력·가정폭력 방지와 처리규정에서 정한 성폭력으로 판단됨에도 A씨가 부인해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제명결정을 내렸다. 제명은 당원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제재로, 복당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A씨는 '이미 탈당한 전직 당원에 대한 제명은 있을 수 없는 결정'이라며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이던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제명결정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통합진보당 측이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실추된 당의 명예를 회복시킬 필요성, 성범죄 가해자가 범행 후 탈당해 징계받지 않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받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제명은 대상자가 당원 자격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A씨는 제명결정 전에 탈당한 것으로 당의 결정은 명백한 하자가 있다”며 “당규 적용대상을 당원이 아닌 자에게까지 확대할 만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1심 판결에 불복했고 항소한 상태다. 통합진보당 측은 “당규에서는 징계에 관한 제소기한에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가해행위를 할 당시 당원의 지위에 있었던 사람에게는 탈당 후에도 당규에 따라 징계할 수 있다”며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여미숙)가 맡은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다음달 2일이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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