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너무 안타까운 실험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직선곡선]너무 안타까운 실험

최두선ㆍ교육체육부 차장

  • 승인 2014-09-15 15:03
  • 신문게재 2014-09-16 17면
  • 최두선ㆍ교육체육부 차장최두선ㆍ교육체육부 차장
3년 전 한국 프로야구에 뜻밖의 실험이 시작됐다.

한국 최초의 독립 야구단인 고양원더스가 창단된 것이다. 야구 광팬인 허민 구단주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제안을 받아 2011년 9월15일 KBO, 고양시와 함께 야구회관에서 고양원더스 창단을 선언하고, 그해 12월12일 출항했다.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 아래 야구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선수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 고양원더스는 프로야구 최고의 수장이던 김성근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김 감독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의 조합은 성적표를 통해 진가를 어느 정도 보여줬다.

KBO 퓨처스(프로야구 2부리그)팀과 교류(번외)경기를 치른 고양원더스는 2012년 20승 7무 21패(승률 4할8푼8리)를 기록하더니 2013년에는 27 승 6무 15패(승률 6할 4푼 3리), 올해에는 43승 12무 25패(승률 6할3푼2리)의 성적을 거뒀다.

프로야구 각 구단으로 다수의 선수들을 보내기도 했다. 첫 시즌인 2012년 이희성을 시작으로 그 해 5명, 2013년 12명, 올해 5명 등 총 22명의 선수를 KBO 소속 프로구단으로 이적시켰고, 이 황목치승(LG)와 안태영(넥센) 등 몇 명의 선수는 프로 1군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2015년 신인 지명에선 정규식(포수)이 독립구단 출신 선수 최초로 프로구단 지명을 받았고, 4명의 코치와 1명의 프런트 직원이 KBO 소속 프로구단으로 옮겨갔다.

'야신' 감독과 매년 사비로 30억원 이상을 구단에 투자한 괴짜 구단주, 꿈을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은 이렇게 야구계에 신선하고 행복한 충격을 줬다.

하지만 그 '행복한 실험'은 지난 11일 구단 측의 팀 해체 결정으로 올스톱되면서 '안타까운 실험'으로 막을 내려야 했다. 구단 내부에서 “퓨처스리그 정규 편성 등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제기되면서 구단 존폐 문제에 대한 격론으로 이어졌고, 결국 '해체'로 결론났다.

이는 사업가이면서 야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넘치던 허민 구단주에게 야구계가 절망감만 안긴 게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한다.

고양원더스의 실험은 기존 프로야구의 제도권이라는 견고하고 냉소적인 벽에 가로 막혀 중단된 안타까운 한국 야구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그 실험은 유의미한 역사로 계속 되살아나며 한국 야구 미래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야구의 꿈을 꾸는 모든 이들에게 고양원더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고, 그 가능성은 제2, 제3의 고양원더스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KBO를 비롯한 한국 야구관계자들은 고양원더스의 그 역사를 끊임없이 상기하며 미래를 고민해줄 것을 기대한다.

최두선ㆍ교육체육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5.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5.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