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독립 야구단인 고양원더스가 창단된 것이다. 야구 광팬인 허민 구단주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제안을 받아 2011년 9월15일 KBO, 고양시와 함께 야구회관에서 고양원더스 창단을 선언하고, 그해 12월12일 출항했다.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 아래 야구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선수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 고양원더스는 프로야구 최고의 수장이던 김성근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김 감독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의 조합은 성적표를 통해 진가를 어느 정도 보여줬다.
KBO 퓨처스(프로야구 2부리그)팀과 교류(번외)경기를 치른 고양원더스는 2012년 20승 7무 21패(승률 4할8푼8리)를 기록하더니 2013년에는 27 승 6무 15패(승률 6할 4푼 3리), 올해에는 43승 12무 25패(승률 6할3푼2리)의 성적을 거뒀다.
프로야구 각 구단으로 다수의 선수들을 보내기도 했다. 첫 시즌인 2012년 이희성을 시작으로 그 해 5명, 2013년 12명, 올해 5명 등 총 22명의 선수를 KBO 소속 프로구단으로 이적시켰고, 이 황목치승(LG)와 안태영(넥센) 등 몇 명의 선수는 프로 1군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2015년 신인 지명에선 정규식(포수)이 독립구단 출신 선수 최초로 프로구단 지명을 받았고, 4명의 코치와 1명의 프런트 직원이 KBO 소속 프로구단으로 옮겨갔다.
'야신' 감독과 매년 사비로 30억원 이상을 구단에 투자한 괴짜 구단주, 꿈을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은 이렇게 야구계에 신선하고 행복한 충격을 줬다.
하지만 그 '행복한 실험'은 지난 11일 구단 측의 팀 해체 결정으로 올스톱되면서 '안타까운 실험'으로 막을 내려야 했다. 구단 내부에서 “퓨처스리그 정규 편성 등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제기되면서 구단 존폐 문제에 대한 격론으로 이어졌고, 결국 '해체'로 결론났다.
이는 사업가이면서 야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넘치던 허민 구단주에게 야구계가 절망감만 안긴 게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한다.
고양원더스의 실험은 기존 프로야구의 제도권이라는 견고하고 냉소적인 벽에 가로 막혀 중단된 안타까운 한국 야구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그 실험은 유의미한 역사로 계속 되살아나며 한국 야구 미래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야구의 꿈을 꾸는 모든 이들에게 고양원더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고, 그 가능성은 제2, 제3의 고양원더스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KBO를 비롯한 한국 야구관계자들은 고양원더스의 그 역사를 끊임없이 상기하며 미래를 고민해줄 것을 기대한다.
최두선ㆍ교육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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