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인상, 자치구 재정격차 가중… 원도심 손실 뚜렷

징수규모 큰 서구ㆍ유성구에 배분금 많아져

정부의 지방세 인상 예고에 대전지역 자치구별 재정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자치구별 지방세에 대한 징수교부금을 비슷한 비율로 지원받는 만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12일 '2014년 지방세제 개편 방안'을 담은 지방세 기본법ㆍ지방세법ㆍ지방세특례제한법 등 지방세 관련 3법 개정안을 15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주민세는 전국 시군구에 따라 1인당 2000원~1만원, 평균 4620원이 부과되는 주민세를 2년에 걸쳐 '1만원 이상 2만원 미만'으로 대폭 인상한다.

법인의 주민세는 과세구간을 현재의 5단계에서 9단계로 단계적으로 세분화한 뒤 2년에 걸쳐 100% 올린다. 그동안 대전지역 자치구의 주민세는 서구와 유성구의 비중이 높았다.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부과된 주민세는 동구 10억9200만원, 중구 9억9000만원, 서구 18억6600만원, 유성구 13억3600만원, 대덕구 9억9100만원 등 모두 62억75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주민세가 인상되면 결과적으로 서구와 유성구에서 부과되는 주민세 총액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인상하려는 자동차세를 보더라도 서구, 유성구에서의 징수규모가 앞으로도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 6월 기준 자동차세는 자치구별로는 서구가 11만5752건에 114억8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유성구는 8만9900건 98억4700만원으로 100억원대 징수액 규모에 바짝 다가섰다.

이와 달리, 중구는 7만1994건 68억2000만원, 대덕구는 5만7737건 54억6800만원, 동구는 5만7592건 53억2500만원 정도 수준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이들 지방세는 시 세수익인 만큼 징수교부금 명목으로 동일한 비율로 자치구에 지원된다. 이렇다보니 서구와 유성구의 배분금은 많을 수 밖에 없다.

나머지는 재정지원금 명목으로 자치구에 지원되지만 사업별 타당성에 살펴본 뒤 지원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기가 어렵다.

재정란이 심화되는 원도심지역 자치구는 주민세 인상에 따른 재정 추가 확보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다. 인상된 주민세를 내더라도 자치구에 지원되는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다면 그만큼 구민에겐 손해가 될 수 있다.

자치구 한 관계자는 “재산세 등 일부 구비에 속한 세금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며 “세수가 오르는 만큼 자치구에도 어느 정도 메리트가 있어야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