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 학교 내진보강사업, 현실과 다른 예산배정 논란

지진 잦은 서해안지역 빠지고 천안·아산에 중점편성… 도교육청 “내부 검토후 개선”

충남지역 '학교 내진보강 사업' 예산이 현실과 다르게 편성,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예산이 지진 발생 빈도가 높은 보령·태안 등 서해안 주변지역 학교가 아닌 내륙인 천안·아산지역 중심으로 편성됐기 때문이다. 결국, 도교육청의 행정편의주의식 행태로 인해 서해안 일부 초·중·고교가 지진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1일 도의회 홍재표(비례) 의원이 충남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학교시설교육환경개선'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올해 도내 학교 내진보강 사업을 위해 32억2033만원을 편성했다.

도교육청은 2005년 건축법이 개정됨에 따라 5년 주기로 지침을 마련, 법 개정 이전에 지은 학교(1000㎡ 이상)와 학생 수를 고려해 사업을 시행 중이다.

문제는 올해 내진보강사업 대상 학교가 천안 4곳, 아산 2곳으로 편중됐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의하면, 지난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지진은 모두 45건이다.

이중 보령 32건, 태안 9건 등 서해안 일대에서 대부분의 지진이 발생, 서해안 주변지역 학교가 지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해안 주변지역에 지진이 자주 발생할 때 천안·아산지역에서는 단 1건의 지진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도교육청의 내진보강 사업이 현실을 배제한 채 탁상행정으로 이뤄진 탓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내진보강 사업의 학교 선정 기준에 관한 법률은 없는 상태다. 사업 선정을 위한 뚜렷한 잣대가 없다 보니 지진발생 빈도는 배제된 채 학생 수와 학교 건물 면적만 평가하는 오류를 범한 것.

홍재표 도의원은 “학교 층수와 학생 수 모두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진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사업 순위를 정해야 한다”며 “지진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5.1 규모의 지진이 태안에서 발생했다. 앞으로 안전 관련 예산은 현실적으로 재난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집행해야 한다”며 “수요자 중심의 교육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2009~2010년에 실시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내진 보강사업 대상 학교를 선정하게 됐다”면서 “지진 발생지역 및 빈도 등에 대해선 세부적 평가에 한계가 있었다. 의회 지적 사항에 대해 내부 검토를 거쳐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포=박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