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한국무역협회 대전ㆍ충남지역본부장 |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다. 중국이 설비확충을 통해 공급능력을 확대하고 기술력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주력 상품 수입을 대체했다. 특히 석유제품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1~7월에 비해 무려 24.7% 줄어들어 가장 감소폭이 컸고,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또한 작년 동기 대비 10.9% 감소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한국에서의 매입을 줄여가는 것도 중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중국 동반진출이 강화되고, 중국 내 원부자재 공장에 대한 재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내 우리 대기업들은 국내 부품협력사와 공동으로 진출해 현지 부품조달 비율을 높여가는 추세이며, 현지 법인의 이윤을 중국내 부품 및 원자재 공장에 재투자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여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가공무역이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최근 인력난으로 중국 생산법인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많은 기업이 가공무역 생산기지를 인도와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중국 수출 중 가공무역 비중이 47.6%나 되는 우리나라의 수출전략이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 원인은 우리 내부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환경적 변화다. 하지만 돌파구는 있다. 바로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소비재 수출이다. 올해 상반기 對중국 소비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증가했다. 가전ㆍ주방용품, 식품ㆍ기호품, 화장품ㆍ미용용품, 패션ㆍ액세서리, 문구ㆍ완구ㆍ영유아용품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최근의 소비재 수출 증가에도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액 중 소비재 비중은 5.3%로 미국(33.5%)이나 일본(15.3%)보다 낮아 아직도 소비재 수출 확대 여지가 많다. 소비 중심의 내수확대를 도모하는 중국정부의 정책방향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중국 내 중산층도 우리 소비재 수출에는 호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드라마 '상속자들'과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연달아 히트하면서 재조성된 한류 붐도 우리 기업들에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최근 양국간 우호적인 분위기도 한류 확산 및 소비재 수출에 일조하고 있다. 한류 붐은 1990년대 중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나 이번에는 중국 사회 전체에 폭넓게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나 요즘 대세인 한류에 의존해 중국 소비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인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중국의 구매력과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의 2013년 해외여행객은 9819만명으로 18% 증가했고 인당 소비 금액은 1287달러로 27% 급증했다. 지난해에만 1억명에 가까운 중국인이 전 세계를 누비며 소비의 눈높이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다시 말해 쟁쟁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과의 진검승부에서 살아남아야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이제는 깊이 있는 중국문화의 이해와 중국에 올인하는 과감한 진출전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기업은 중국 중산층의 소비패턴 및 수요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온라인 B2CㆍC2C, TV홈쇼핑, 모바일 등 신유통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한중FTA 체결을 통해 중국 내수시장의 문턱을 낮추고, 화장품, 식품 등의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노력을 병행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세계 명품시장의 큰 손이 된 중국부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브랜드 개발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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