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에 거주하는 이모(48)씨는 지난달에 여윈 아버지를 대전추모공원 내 잔디 자연장으로 모셨다.
대전에 거주한 아버지가 화장을 유언했고 20년 가까이 아파트에서 쓸쓸히 생활했다는 점이 자연장을 선택하는 계기였다.
이 씨는 “아버지는 자연장이 무엇인지 모르고 돌아가셨지만, 봉안당은 아파트처럼 답답하게 여기실 것 같아 가족과 상의해 자연장을 결정했다”며 “30년간 안치된 후 자연스럽게 흙으로 돌아갈 수 있어, 앞서 돌아가신 어머니도 자연장으로 나란히 다시 모셨다”고 설명했다.
대전에서 유골을 화장 후 봉안하는 납골문화가 정착한 가운데 화장 후 수목의 자연장이 새로운 장사문화로 성장하고 있다.
화장 후 유골을 석제 구조물에 보존하기보다 자연의 흙 속에서 천천히 되돌려보내려는 의식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때문에 장사정책의 초점을 화장률 높이기에 맞출 것이 아니라, 화장 후 봉안 또는 자연장 등의 장사문화를 다양화하는데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2012년 화장률 72.5%를 기록한 대전은 화장 후 유골을 봉안당에 봉안하는 납골문화가 뿌리내렸다.
현재까지 대전추모공원 내 공설봉안당에 2만6100여구가 봉안됐고, 사설봉안당 3곳에 지난해 말까지 2100여기가 모셔졌다.
사실상 '화장=유골 봉안'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대안으로 여겨지는 자연장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이용률도 극히 적은 실정이다.
최근까지 대전에서 자연장으로 장사가 이뤄진 망인은 무연고자를 제외하면 700여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돌을 가공해 만든 봉안당 역시 자연 속에서 또다른 인공 구조물이라는 지적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고도한 석제가 사용된 봉안당이 자연을 훼손하고, 십수 년 후 관리상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고민이다.
대전보건대 양무석 교수는 “후손의 부담과 관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화장을 선택하는 비율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대부분 봉안당을 찾고 있다”며 “봉안당도 장사제도 중 하나지만, 석제 구조물 때문에 후에 관리의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나무와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서 장사를 지내는 자연장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수요에 충당하기 위해 정부는 장사법의 자연장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민간시설은 현재까지 지역에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대전보건대 장례지도학과 최정목 교수는 “장사제도의 변화는 국민의 정서가 중요한 요인으로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장기기증자 자연장지 또는 어린이 자연장지를 시범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자연 친화적인 장사제도의 기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끝)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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