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변호사 |
하지만 소액사건은 청구금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사건이기는 하지만 소송 수행의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는 2000만원 이상 사건과 같은 고액 사건의 소송과 비교했을 때 더 복잡한 법리가 들어 있을 수 있다.
소액사건에서는 소액사건심판법이 적용되어 일반 민사소송법보다 다소 완화된 증거법칙이 적용되고, 재판 도중에도 일반적인 소송 진행보다는 재판장의 재량이나 직권이 어느 정도 개입될 수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소송에 관해 전혀 문외한인 소송 당사자들은 재판 도중 재판장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재판장의 요구대로 소송 진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판결 결과에 있어 좋지 못한 결과를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소액사건을 직접 진행하는 소송 당사자들은 소송에서 받을 돈에 비례하여 볼 때 다소 비싼 변호사 수임료 때문에 변호사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된다고 할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했던 제도가 로스쿨 제도였으나, 3년간 비싼 수업료를 치른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마냥 저렴한 수임료를 받고 사건 수임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소액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소송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소장이나 준비서면을 작성해 가며 소송을 진행하거나, 법무사 사무실에서 소장이나 준비서면 등을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한 뒤 자신이 법정에 직접 나가 소송을 진행하는 방법을 주로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이나 소송절차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 당사자가 직접 작성한 서면을 재판부 판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판사가 법정에서 당사자 주장을 구두로 확인하면서 이해하려면 그 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걸리게 될 수밖에 없다. 법무사 사무실 등에서 작성한 서면 내용을 법정에 출석한 당사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어느 면으로 보나 소액 사건에 있어 소송 당사자들은 많은 고생을 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액사건은 어느 정도의 직권주의가 적용되어 법정에서 판사가 어떤 방법으로 입증을 해 보라고 설명을 해 줄 수 있지만 상대방이 있는 사건에서는 판사가 변호사처럼 많은 설명을 해 줄 수가 없다. 일례로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판사에게 질문을 해 가면서 궁금한 점을 묻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한 두 개 질문에 대해서는 판사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인 질문에는 법률을 아는 분과 상의해 보라는 식의 답변만 들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법정 풍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 소송을 하는 사람들이 법률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소송구조제도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나 농민, 장애인들에 국한된 면이 있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이런 점에서 이런 소액사건에 대한 변호사들과 당사자 소송을 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함께 개선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너무 소액 사건이어서 적절한 수임료를 받고 소송을 하기엔 무리가 있는 사건이더라도 당사자들도 변호사를 찾아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예전처럼 변호사 사무실 문턱이 그리 높지만은 않은 것 같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변호사들의 인식 개선이다. 앞으로 로스쿨에서 많은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소액사건에 대한 변호사들의 인식도 변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 걸음 먼저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변호사들이 소액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선임을 통해 소액사건 당사자들의 권리 보호에 힘쓸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