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을 달리한 망자(亡者)를 자연에 돌려보내는 장사(葬事)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시신을 땅에 매장하던 문화는 쇠퇴하고 화장해 유골을 봉안하는 화장(火葬)문화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화장이 보편적인 장사문화로 자리 잡았으나, 그에 필요한 장사시설은 아직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또 묘지 설치 장소와 기준을 정한 장사법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죽은 법이 되고 있다. 장사문화의 변화상을 세 차례에 걸쳐 이야기 해 본다. <편집자주>
화장(火葬)방식의 장사(葬事)문화가 대전에서 가파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2년 망인이 된 대전시민 6580명 중 4772명이 화장돼 자연으로 돌아갔다. 화장률은 72.5%로 2010년 66.6%, 그리고 1991년 17.8%에 불과하던 것에서 이제는 화장이 대표적 장사문화로 정착한 셈이다. 이는 마땅한 묘지 부지를 마련하기 어려워졌고, 묘지를 중심으로 한 제사와 차례, 성묘가 묘지 없어도 가능한 예배, 추모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령자들이 자신들의 묘지를 돌볼 후손들의 부담을 걱정해 매장을 꺼리고, 정부의 묘지억제정책도 화장문화 확산에 원인으로 꼽힌다.
화장문화는 곧바로 화장장과 봉안시설 수요 폭증으로 이어졌다. 대전 공설화장시설인 정수원은 화장로 10기를 운영 중으로 하루 20여구의 시신을 화장해 유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2011년 공설화장시설을 확장한 덕분에 유족이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일은 아직 없으나, 지금의 화장률 증가 추세라면 2020년께 화장로 5개가 더 필요할 전망이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현재 아이의 출생률은 줄어도 노인의 사망자 수는 매년 늘어나게 돼 장사시설에 대한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 화장이 대표적 장사문화가 되면서 화장한 유골을 모시는 봉안시설은 이미 만장을 향해 가고 있다.
대전시가 서구 정림동에 운영 중인 추모공원(전 공설묘지) 내 봉안당 2곳은 모두 3만8000구를 수용할 수 있으나 현재 2만6175구가 안장돼 1만1841기가 남았다. 그나마 빈자리로 남은 1만1800여기 중 4355기는 무연고자를 위한 봉안시설이고 일반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봉안시설은 7400기 뿐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봉안당에 유골이 연간 2600여기씩 새로이 들어오고 있어 3년 안에 만장될 것으로 예상돼 제3관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대구시의 공설 봉안시설은 가득 차 일반 시민은 이용할 수 없어 민간이 운영하는 봉안시설에 안장되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2008년부터 시작된 자연장은 대전에서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대전추모공원 내 잔디, 화초, 수목 형태의 자연장지가 운영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꽃 등의 화초 밑에 유골을 안치하는 화초장에 10구, 수목장 74구, 잔디장 430구에 불과하다.
대전보건대 양무석 장례지도과 교수는 “유교적 장사절차를 따라왔던 문화가 현대사회 들어 변화를 겪고 있지만, 장사절차의 골격은 예전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문제”라며 “장례도 복지라는 개념에서 망인이 원하는 방식과 장소에 모실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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