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집행 예산 규모가 3조7000여억원인 연구재단이 지난 1일자로 인문사회연구본부장과 문화융복합 단장 선임한 것을 놓고, 학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2일 연구재단에 따르면 인문사회본부장과 인문단장, 문화융복합단장 등 3개 보직 공모를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4일까지 진행한 결과, 각각 5명과 3명, 6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이후 문화융복합단장을 제외한 인문사회본부장과 인문단장 두 자리는 재공모를 결정해 7월 24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접수를 받아 각각 8명과 4명이 지원했다.
결국, 인문사회본부장에는 1차 공모에 지원해 탈락한 서태열 고려대 지리교육학과 교수가 재공모에서 최종 선임됐다. 앞서 진행한 문화융복합단장에는 오수학 인하대 체육교육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반면, 인문단장은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조만간 3차 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학계에서는 1차 공모에서 탈락한 서 교수가 최종 선임된 배경을 놓고 말들이 많다. 연구재단 출범 직후 인문사회본부장과 산하 단장 5명간의 내홍으로 박찬모 초대 이사장이 곤혹을 겪고 취임 1년여만에 중도사퇴라는 불명예를 겪기도 했다.
인문사회학계 한 인사는 “일각에서는 막강한 권력소유자가 밀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1차 공모에서 탈락한 지원자를 재공모에서 선임하는 원칙없는 인사를 할 수 있느냐”며 비난했다. 또한 오수학 문화융복합단장의 전공을 놓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융복합단은 심리과학, 생활과학, 예술학, 체육학, 문헌정보학, 여성학, 융복합 등 분야 심사평가 관련 사항(심사세부계획수립, 패널분류, 심사자 구성 및 심사 등)을 담당한다는 점을 감안, 일부 학계에서는 체육전공자인 오 단장의 선임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인사는 “체육계 출신 국회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며 “기관장에 이어 주요 보직도 정치권 인맥으로 좌지우지되는 인사가 강행되는 연구재단이 국내 연구지원 전문기관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정민근 연구재단 이사장도 지난해 공모 직전부터 윤창번 청와대 미래전략수석과 경기고, 서울대 산업공학과 동문으로 내정설이 돌았던 인사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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