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를 아시나요]수크령 - 재미있는 놀이와 주전부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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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를 아시나요]수크령 - 재미있는 놀이와 주전부리감

  • 승인 2014-09-02 14:07
  • 신문게재 2014-09-03 17면
  •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여느 때보다 이른 한가위를 앞두고 제법 선선하다. 선선한 기운을 타고 가을 풀벌레들이 가을맞이를 하느라 목청을 가다듬고 있다. 귀뚜라미, 여치, 베짱이들이 준비하고 매미는 이미 열창을 하고 있다. 방아개비, 땅개비 등은 아침 이슬을 머금으며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이 때쯤이면 들녘에서도 이름 모를 풀과 꽃들이 나름 가을 결실을 준비하고 있다. 길경이, 씀바귀, 들국화, 코스모스도 가을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길가와 숲길에는 어릴 적 많이 갖고 놀았던 수크령들이 있다. 어릴 때 친구들과 재미있게 갖고 놀던 풀의 이름이 수크령인지는 최근에서야 알았다.

디지털 매체를 통한 지식 정보의 힘이 크다. 지식 정보에 따르면 수크령은 햇볕이 잘 드는 양지 쪽 길가에서 잘 자라는데, 길갱이, 랑미초(狼尾草)라 부르기도 한다. 잘 크면 80㎝ 정도까지 큰다고 하는데 보통은 30㎝정도 자라난다. 길가에서 질경이처럼 짓밟히면서 자라다보니 줄기가 질기고 뿌리도 뭉턱뭉턱 사방으로 퍼져있다. 이 수크령은 어린아이들의 즐거운 놀이감일 뿐만 아니라 주전부리감이었다.

수크령의 줄기는 질기면서도 통통했다. 수크령은 하나씩 뽑을 수 있었는데, 뿌리는 억세고 사방으로 퍼져있기 때문에 뿌리 채 뽑기가 어려웠다. 물론 뿌리째 뽑을 수 있기도 하지만 어린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수크령의 줄기를 잡고 온 힘을 다하여 뽑으면 줄기가 하나씩 똑똑 덜어져 나왔다. 바로 뿌리와 맞닿은 부분이 깨끗하게 똑 떨어져 나왔는데,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이 밑 부분은 뽀얀 흰색을 띠면서 도톰하였다.

이 도톰한 부분을 입에 넣고 잘근 잘근 씹으면 달짝지근하면서 씹히는 맛이 그만이었다. 그 맛에 줄기를 한 줌씩 뽑아가지고 다니면서 친구들과 나누기도 하면서 주전부리를 하였다. 이보다도 더 즐거운 일이 있었다. 수크령이 길가 양쪽에서 튼실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 그 질긴 줄기를 친구들 몰래 묶어 올가미를 만들어 놓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그 길로 힘껏 뛰어가면 줄기로 만든 올가미에 발이 걸린 친구들이 넘어지면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하였다.

수크령은 한 곳에서 많이 자랐기 때문에 푹신푹신하여 넘어져도 크게 다치는 일은 없었다. 여자 아이들은 긴 줄기로 머리 땋는 놀이도 하곤 하였다. 그때는 그렇게들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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