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는 즐거움과 풍성한 먹거리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이번 추석 연휴는 주말과 대체휴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데, 연휴가 길수록 생활의 리듬이 깨져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쉽다. 심리적으로 기분이 들뜨기 쉬워 무리를 하거나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방심하기 쉽다. 장거리 운전, 불규칙한 생체리듬, 과음과 과식, 주부들의 과도한 가사노동이나 스트레스 등 곳곳에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잠재해 있다. 즐거운 추석연휴를 보내기 위한 대처방법을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강지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1.베이거나 화상 입었을 때 민간요법 위험!
추석 음식을 장만하는 동안 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날카로운 물체에 베었을 때에는 먼저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압박 지혈한 후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하고 병원을 찾는다. 만약 손가락 등이 절단된 경우라면 잘린 부분을 깨끗한 젖은 천에 싸서 비닐봉지에 넣은 후 얼음물에 담아 응급실로 간다. 지혈제를 뿌리거나 절단된 손가락을 소독용 알코올에 넣는 경우 조직이 망가져 접합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뜨거운 물이나 기름에 화상을 입었을 때에는 깨끗한 찬물로 통증과 열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10분 정도) 상처를 식히고 물집이 생겼으면 터뜨리지 말고 감싼 후 병원에 가도록 한다. 민간요법으로 간장이나 된장 등을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이차감염을 일으켜 상처를 오히려 악화시키므로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
이밖에도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에는 재빨리 119로 도움을 요청하고 앰뷸런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급하다고 무리하게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다 보면 이송과정에서 자칫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2.장거리 운전, 건강 위협한다
추석 연휴에 느끼는 피로의 가장 큰 원인은 장거리 이동일 것이다. 새벽출발이나 밤샘이동을 하고 나면 생체리듬이 깨져 낮에 쉬더라도 몸이 정상상태로 돌아오기 힘들다. 창문을 닫고 장시간 운전을 하다보면 산소 부족으로 인해 몸 안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되어 졸림 현상이 나타나고, 단순반복 작업으로 인한 근육피로가 일어나기 쉽다. 또한 장거리 운전으로 오랜 시간 앉아 있게 되면 다리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다리가 붓게 되며, 심한 경우에는 다리의 정맥에서 혈액이 응고되는 혈전증이 생길 수 있다.
적어도 1~2시간에 한번쯤은 차에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간단한 체조나 심호흡,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커피는 일시적으로 각성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피로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여유를 갖고 운전하는 것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귀향길 중간 중간에 쉬어갈 곳을 미리 정해 놓고, 차에서 내려 가족과 함께 경치도 구경하고 심호흡을 하면서 가벼운 운동을 한다면 상쾌한 귀향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시간 걸리는 귀경길에는 평소에 당뇨나 고혈압 등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약을 잘 챙기도록 하고 응급상황 대처를 위해 주치의와 미리 잘 상의하여 준비토록 한다. 그리고 감기에 걸린 운전자는 좀 힘들더라도 운전을 마칠 때까지 감기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멀미약은 승차 30~60분 전에 복용하도록 하며, 차를 타기 전 속을 너무 비우는 것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다. 탄산음료 등 위에 부담을 주는 음식도 피하자.
3.과음·과식 주의- 가족들과 활동적인 '놀이' 즐겨요
과거에는 명절이 되어야 평소 먹을 수 없었던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지만 먹거리가 풍부한 지금은 오히려 명절 음식은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요주의 것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깨를 넣은 송편 5개는 밥 한공기의 칼로리고 식혜를 한컵 마시면 200 칼로리의 열량이 나오게 된다. 또 전이나 부침, 튀김류에는 식용유가 많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명절 음식을 이것저것 먹다보면 자연히 높은 칼로리를 섭취할 수밖에 없게 되고, 열량과 지방식을 제한해야 하는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은 모처럼의 명절을 맞는 명절 기분을 망칠 뿐 아니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선 열량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음식가짓수를 줄이고 섭취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개인 접시에 담아 평소에 먹던 양을 대략적으로 계산하며 먹는 것이 좋다. 또 나물이나 야채 등을 충분히 먹어서 미리 배를 부르게 하면 과식을 피할 수 있다.
명절 연휴 과식으로 인해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에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위주로 소량을 천천히 잘 씹어 먹도록 한다. 너무 맵고 자극적인 것, 질긴 것이나 딱딱한 것은 대장의 방어작용에 의해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자꾸 속이 불편하다고 눕기보다는 똑바로 앉거나 일어나 걷는 것이 좋다. 연휴기간 동안에는 문을 닫는 약국이 많으므로 간단한 소화제 정도는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급체했을 경우에는 하루 정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위를 비워두는 것이 최선이다. 위 운동을 강화시키는 소화제도 효과가 있다. 토했을 경우에는 체온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수분을 보충시켜 줘야 한다. 특히 급체환자는 질식을 막기 위해 비스듬히 눕히고 벨트나 넥타이 등은 풀어주도록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고향 친구들이나 친지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에는 술을 마시기 전 물을 마셔 체액을 증가시킨다. 또 첨가물이 많은 가공식품이나 자극성 안주는 피하고 술의 흡수를 줄여주는 우유나 치즈 등의 고단백, 고지방 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 다음날 숙취해소를 위해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콩나물국, 미역국, 북어국, 유자차, 칡차 등을 마신다.
4.명절(며느리)증후군
가족과 남편 역할 중요!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많은 여성들이 이유 없이 1~2주 전부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머리와 가슴이 짓눌리고, 소화도 안되고, 손발저림,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주부들이 늘어난다. 명절만 되면 겪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에 걱정이 앞서면서 몸이 아파옴과 동시에 우울증까지 드러내는 스트레스성 질환인 '명절 증후군' 탓이다. 이 증후군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인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으로 명절 전후 2~3일에 가장 심하며 보통 1주일쯤 지속된다.
명절증후군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주부 스스로 명절 동안에 잠시라도 적절한 휴식을 자주 취해서 먼저 육체적 피로를 줄여야 한다. 또 일을 할 때도 주위 사람들과 흥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명절 동안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 명절 후에 충분한 휴식을 갖고 가능하면 자신만을 위한 여가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또한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충분한 이해와 세심한 배려, 적극적인 협조가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즉, 주부가 겪어야 하는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을 온 가족들이 함께 나눠 가지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특히 남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내가 부담을 많이 느끼는 친인척이 있으면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도록 배려를 한다. 또 자녀들을 직접 돌보아 아내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아내의 힘든 상황을 위로하고 부부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내가 시부모를 모시는 경우에는 연휴 중 하루는 아내를 위해 투자하는 등 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내를 위로할 필요가 있다.
5.성묘갈 땐 이렇게 하세요
성묘를 갈 때 야외 3대 열성질환으로 알려진 렙토스피라와 유행성출혈열, 쯔쯔가무시를 예방하기 위해 풀밭에 눕거나 맨발로 다니지 않는다. 성묘 후 10일 이상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는 고열, 두통, 기침 등 증상이 감기와 혼동할 수 있으므로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풀밭이나 산에서 함부로 드러눕거나 맨손, 맨발을 드러낸 채 다니지 말고 농사일을 돕기 위해 논에 들어갈 때도 반드시 장화를 신고 들어가야 한다. 특히 대전·충남지역은 쯔쯔가무시병이 많이 발병하므로 열과 함께 발진이 나고 물린 자국이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산에 갈 때는 긴소매의 옷을 입는 게 무엇보다 안전하다.
벌에 쏘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벌에 쏘이면 처음에는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붓고 시린 느낌이 든다. 먼저 독침을 집게로 빼내고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항히스타민제를 바른다. 문제는 침 독에 의한 알레르기 과민반응성 쇼크. 혈압이 떨어지고 목이 부어 질식 위험이 높아진다. 의식이 있다면 앉힌 뒤 호흡을 도와주고 응급 구조를 요청한다. 또 탐스럽게 영근 감이나 밤을 따려고 나무에 오르다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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