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 있는 일이지만 정리해 보자. 우선 새로운 가족관계가 생긴다. 혼인을 하면 배우자로서 친족이 되는 것이다. 민법 제777조에 의하면 친족은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혈족이라 함은 자신의 친척(부모, 삼촌과 조카 등)을 뜻하고 인척이란 혼인으로 친척이 되는 사람 (시부모와 며느리, 처부모와 사위, 형부와 처재 사이 등)을 말한다.
혼인을 하게 되면 남남이었던 남녀는 이렇게 가족이 되고 또한 부부가 되어 부부로서의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우선 첫째로 중요한 의무는 당연한 것이지만 동거의무이다. 주거장소는 부부가 서로 협의하여 정해야 하나 만일 시부모를 모시는 문제로 남편과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동거장소 지정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826조) 더 나아가 부부는 서로 협조해야 하며 부양의무까지 부담한다.
또한 공동생활의 비용은 사전에 정하여지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함께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민법 제833조) 전업주부에 대하여 가사노동이나 육아, 가정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비를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고 있으나 법적으로는 이러한 가사노동을 생활비용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혼 시에 재산의 분할청구에서 이러한 전업주부의 기여도를 산정하여 재산을 나누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면 결혼한 부부는 결혼 후, 결혼 전에 가지고 있었던 재산은 어떻게 될까? 민법 제830조에는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 사람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규정하고 있다. 즉 부부 각자의 재산을 인정하고 각자 관리, 사용, 수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서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라는 규정의 의미가 모호한데 마치 부부 중 한쪽 명의로 취득하면 특유재산으로 보는듯한 규정이지만 일반적으로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은 부부의 어느 한쪽 명의로 되어 있더라도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 쌍방 협력하여 취득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그 예가 많지 않다.
또한 부부 중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 예를 들면 TV나 냉장고 등 이러한 재산의 경우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민법 제830조 제2항) 그리고 부부와 자녀의 공동생활을 위하여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의 취득행위, 또는 월세지급, 자녀의 교육비나 병원비 등 일상가사에 관련한 부부 어느 한쪽이 지는 채무에 대하여는 부부가 연대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것을 일상가사대리권이라고 한다.(민법 제832조) 지금까지 혼인 제도를 개관하였지만 실제로 혼인이 갖는 의미는 남녀사이의 결합이라는 것 이외에 그 시대의 다양한 사회적ㆍ경제적 의미가 부여된 사회제도였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혼인에 있어서 낭만적인 의미의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보고 있지만 현실의 혼인제도는 이러한 낭만적인 사랑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아니 현실을 보면 오히려 사회경제적인 의미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오늘날의 혼인제도에서 보여 지는 현상일 뿐 아니라 인간이 이 지상에 생겨난 이래로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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