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시·군의 대표선수들은 저마다 상대방의 중심을 무너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이번 대회 무패를 자랑하는 박신자(47·논산시 내동)씨의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어깨밀어치기에는 모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힘 하나 쓰지 않고 오른 쪽 어깨만 살짝 비켜주면 상대가 앞으로 넘어지며 반드시 왼쪽 무릎을 꿇게 되는 신기한 기술에, 구경꾼들은 물론 상대편 선수조차 '어?'라며 의구심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이날 박씨는 16강 때만 해도 워낙 움직임이 없고 빨리 끝나버리는 경기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8강, 4강을 치르며 비슷한 기술은 물론 안다리걸기 등 다른 기술들조차 능수능란하게 성공시켜 이 대회 최고의 스타가 됐다. 순식간에 끝나는 박씨의 승부에 구경꾼들은 “상대방이 어디 아픈가?”라고 묻기도 했다.
논산시청에서 근무하는 박씨는 운동을 좋아하는 탓에 지난 2007년 배구와 씨름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여건상 평소 배구만 즐긴다고 한다. 타 대회 우승경력도 많은 박씨는 최근 식이요법을 이용, 체중을 62㎏에서 60㎏으로 줄였고 이날도 식사를 하지 않은 채 경기에 나섰다.
박씨는 “오늘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마지막까지 이긴 것”이라며 “막판 접전까지 가는 결승전다운 짜릿한 경기를 해서 더욱 기분 좋다”고 밝혔다. 논산 씨름팀은 이날 결승에서 박씨를 앞세워 2대 0으로 계룡시를 압도하다가 동점을 내준 뒤 마지막 경기인 다섯째 선수 셋째 판에서 극적으로 승리했다.
유희성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