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 충남대 공공문제연구소장 |
대한민국은 그동안 경제성장이 부국강병의 토대요, 국민행복의 지름길이라 믿었다. 그 결과, 1960년 일인당 국민소득 79달러의 최빈국에서 2만 6000달러의 경제중진국으로 성장했다. 무역규모가 3년째 1조달러를 돌파하는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 됐다. 국민소득 2만불, 인구 5000만이 가입한다는 '2050선진국 클럽'에도 세계 7번째로 당당히 가입했다. 정말 거침이 없었고 세계적인 찬사와 부러움에 취해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우리 사회 구석구석이 병들고 썩어가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물질지상주의, 가족이기주의, 사회기강 해이, 인간경시 풍조, 부정과 부패, 공동체 의식의 부재, 상호 불신과 부정 등 탐욕의 사회화 현상들이 우리 사회를 어느새 접수해 버린 셈이다.
앞으로 국민들은 지금보다 더 큰 혼란과 충격을 받을 것이다. 학교 폭력, 군대 폭력, 사회 조직 폭력들은 벌써 악순환 고리로 고착되어 간다. 공교육의 붕괴와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학교밖을 떠도는 청소년들, 대학졸업 후 사회로 진출하지 못해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소위'3포 세대'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들은 기성사회를 원망하며 지금보다 훨씬 잔인하고 무자비한 폭력과 음란 행위를 저지를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그들의 스트레스를 유일하게 해소해 주는 각종 인터넷 게임들이 미래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남을 향한 폭력은 각종 범죄로 나타날 것이고, 자기 자신을 향한 폭력은 자살로 이어진다. 남을 향한 음란행위는 성범죄로 나타나고, 자신을 향한 음란행위는 성도착증 등의 정신병자들을 양산해 낼 것이다. 지난 해 자살한 사람은 1만 5000명이 넘는다. 매일 평균 42명이 자살했다. 자살시도자는 60만명에 이른다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칠지 아무도 모른다. 노인들의 자살률은 더 심각하다. 65세 이상 고령자 10만명당 자살자가 80명을 넘어 OECD 국가들 평균의 3배에 이른다. 현재 평균수명이 81.3세로 1960년에 비해 30년이 늘었지만 노인들은 빈곤하고 외로워서 자살을 선택하는 비율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래가 안보이고 사회가 어지러우니 아이를 낳지 않는다. 가임여성 1인당 4.53명을 낳던 1970년대에 비해 지금은 1.19명으로 출산률 역시 세계 최저다. 이대로 가면 5000만인 우리나라 인구가 2100년에 2000만으로 줄고 2200년에 100만, 그리고 결국 한민족이 소멸한다는 인구통계도 나와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우리에게 이제 희망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지금부터 새로 시작하면 된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명량'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는 이순신 장군을 보면 답이 보인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과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제 경제의 양적 성장만으로 국민 개개인이 결코 행복해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부터 국민대화합과 통합을 통해 열심히 일한 만큼 대접받는 공정사회, 경쟁하다 실패해도 기회를 다시 주는 복지사회, 격차와 소외가 없는 선진사회 그리고 윤리와 도덕이 살아 숨쉬는 정의사회를 만드는데 매진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국민행복의 새 시대, 새 사회다.
지도자들은 이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향해 충성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로 부터 신뢰와 존경이라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들은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아픔과 함께하는 착한 정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정치,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는 진정성있는 정치를 통해 참된 인본(人本)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소통과 화해의 낮은 리더십이요, 국민을 향한 무한책임의 리더십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