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전국제로타리3680지구총재) |
평소에 매스컴에서 접하면서 언젠가 가입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나에게는 닿지 않는 인연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업상 할 일이 많아 재정적 여유가 없기도 했고, 뜬금없이 손 번쩍 들고 '저도 하고 싶어요' 할 일은 아니었다.
로타리 총재를 마친 뒤 어시스턴트 로타리 코디네이션 활동을 하면서 선임 코디네이터로 3년간 모셨던 천안 문치과의 문은수 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권유받았다. 아너 소사이어티 충남 회장인 문 원장에 대해 갖고 있던 평소의 신뢰가 앞뒤 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승낙하게 만든 동력이었다.
응낙하고 생각해 보니 좋은 점과 걱정되는 점이 교차되었다. 걱정은 물론 자금 마련의 방법이었지만 한 번에 1억원을 모두 기부하지 않아도 좋고, 5년, 10년 동안 기부하겠다는 약정만으로도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좋은 점은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이 제도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덜컥 일을 저질러 놓고 사후(事後)에 상의한 아내가 '잘 했다'며 맞장구쳐주는 바람에 신이 났다. 10년 간 1년에 1000만원을 기부하면서 반은 모교인 연세대 의대를, 그리고 나머지 반은 내가 사는 동네 금산을 위해 써달라고 했더니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금산로타리클럽 김제식 회원의 “나도 언젠가, 그리고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총재님이 먼저 하셨다”는 칭찬과 평소 존경하는 부여로타리클럽의 이훈구 회장이 충남의 1번 기부자라는 사실에 어깨가 한 번 더 으쓱해졌다.
공동모금회에서는 가입식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소문나고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가입식만은 생략하든지, 혹시 하더라도 조촐하게 하고 싶었다. 충청도 사람의 기질이라고 한다. 마음을 바꿔 먹은 것은 '권유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내가 가입을 생각한 것은 누군가 권유해준 덕분이다.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 가깝고 마음 따뜻하고 함께 할 분들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것 또한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다.
총재로, 또 지도자로 한국로타리에서 대단한 업적을 쌓은 문은수 원장이 공동모금회의 신한철 충남도회장과 함께 시골 동네 금산까지 오신다기에 유태식 차기 총재를 비롯한 금산 지역 로타리 지도자들을 가입식에 청했더니 20여 분이나 참석해주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두세 분이 가입을 약속했다.
충남도 전체에 10명밖에 없는 회원이 금산에서 몇 명 탄생한다면 지역으로서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문은수 원장이 로타리 지도자들에게 가입을 권유한 영향이 크다. '옆구리 찔러 절 받는다'는 속담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옆구리를 찔러서라도 인사를 받아야 할 때가 있다. 함께 나누고 고통을 분담하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참으로 많지만 그 마음이 실천으로 옮겨 가려면 누군가 '멍석'을 깔아주어야 한다.
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알아보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권유의 멍석'은 개인이 아닌 이 사회와 세상을 위한 일이다.
신한철 회장은 “충청남도가 전국적으로 1~2위를 다툴 정도로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수는 전국에서 꼴찌”라고 하면서 “얼굴 알리고 낯 세우는 것에 대해 부담 느끼고 조용히 좋은 일 하려는 충청도 사람들의 마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기부문화가 더욱 확산되려면 '권유'와 '칭찬'의 정신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낯 뜨거운 '내 자랑'이 되어버린 것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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