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의원들이 총선에서 지지층 포섭 등 지역민을 상대로 득표 경쟁을 벌여야하는 '보병' 역할인 데다가 특히, 의장직은 상징적 의미를 넘어 각종 행사장에서도 발언 기회가 주어지는 등 구내에 적잖은 영향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서구의회 파행의 한 이유라는 것이다.
또한 시·구의회 전반기에 총선이 치러지는 터라, 상대에 대한 기선 제압이 필요하고 제7대 대전시의회가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새누리당 측이 서구의회를 주도해 이를 상쇄시켜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016년에 치러지는 제 20대 총선에선 현 여야 당협위원장들 간의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현직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박병석(대전 서갑)·박범계(대전 서을) 국회의원과 새누리당 측 서갑·을 당협위원장인 이영규 대전시당위원장과 이재선 전 국회의원이 유력 후보군이기 때문.
박병석 의원과 이영규 위원장은 지난 17대 총선때부터 연달아 3차례나 격돌했고, 박범계 의원과 이재선 전 의원도 지난 18·19대 총선에서 맞붙어 1승 1패씩을 나눠가진 상태다. 따라서 이들은 각기 차기 총선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우선, 4선인 박병석 의원은 차기 총선을 통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강창희 의원(대전 중구)에 이은 충청권 최다인 5선 의원으로서 당권 등 자신의 입지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5월 19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 임기를 마치면서 “2년 뒤 (총선에서) 재평가를 받는다면 국회 부의장보다 더 영향을 발휘하고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범계 의원은 재선을 통해 지역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세우는 한편, 당내 요직으로 올라설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점쳐진다. 당내 최다 계파인 친노 인사라는 기반도 있고,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권도전시 그를 도울 것으로 알려진 것도 그런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영규 위원장은 올해 시당위원장에 취임 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거치며 야당에 대한 강경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선진당 출신 인사들 끌어앉기에 나서는 등 그간 다소 미약하다고 지적받던 자신의 이미지 제고에 힘쓰는 모습이다.
또 KT노동조합 충남지방본부의 법률고문을 맡는 등 지역구 관리에 주력하며 차기 총선을 향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재선 전 의원의 경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임에도 지난 18대 총선에서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밀려나 자유선진당으로 출마하는 아픔을 맛봤다.
그러나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자유선진당과 새누리당의 합당으로 본집인 새누리당에 복귀한 터라 향후 자신의 입지를 위해 차기 총선의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 탓에 의장직 등 서구의회 원구성이 차기 총선을 대비한 지역 정치권의 예비 실험장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야가 서구의회 파행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만과 질타에도 자당 구의원들을 두둔하는 것 역시 그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파행을 거듭하는 서구의회의 배경 중 하나로 차기 총선에 대한 여야간 신경전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간의 파행은 되려 구민들로 하여금 정치권의 불신을 키우는 만큼, 당협위원장 등 여야 정치권은 의회 정상화 등에 적극 나서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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