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한 비가 계속되면 온 습도가 높아 살림살이에 곰팡이가 피거나 음식물 관리를 잘못하여 식중독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이불이나 요 등은 습기에 민감하여 눅눅해지기 쉽기 때문에 비가 온 뒤에 날이 개자마자 밖에 내다 걸어서 말리기에 바쁘다.
눅눅해진 이불이나 요 등을 방치하면 그 안에 두어진 솜에 곰팡이가 나거나 좀벌레 등이 생겨나서 곰팡이 냄새는 물론이고 벌레를 먹게 되어 건강에도 나쁠 뿐만 아니라 귀한 이불솜을 버리게 된다.
천연 이불솜인 목화솜은 예로부터 귀히 여기던 것이었다. 요즈음은 화학섬유들이 발달하고 침대 등 침구들과 단열과 난방이 잘되는 주거환경 때문에 이불이나 요 등이 얇아지고 가벼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될 생활용품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게감이 있는 이불이나 두터운 요를 쓰고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체질화되어 있어서 아직도 목화솜 이불들이 쓰이고 있다.
이 목화솜은 혼수품 1호였다. 요즈음에는 워낙 좋은 혼수품들이 많다 보니 혼수품 목록에 끼지도 못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과년한 딸이 있는 집에서는 좋은 목화솜을 구하여 혼수용 이불과 요를 만들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였다. 농사채가 있는 집에서는 따로 목화밭을 만들어서 목화농사를 지어 목화솜을 준비하였다.
목화를 심을만한 농사채가 없거나 미처 목화 농사를 짓지 못하면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목화솜을 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혼수용품인 만큼 가장 질 좋은 뽀얀 목화솜을 구하려고 애썼다. 목화솜이 어렵게 구해지면 몇 날이고 간에 이불이나 요를 만들기 좋게 갈무리를 한다.
목화 농사를 지은 집에서는 수확한 목화에서 씨를 빼내고 잘 말리고 흩뜨려서 푹신푹신한 이불솜을 만들게 된다. 이 작업을 “솜 튼다”고 한다. 더 먼 옛날에는 일일이 손질을 했겠지만 솜을 트는 기계가 생기고 솜 트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솜틀집'이 생기고 나서는 솜틀집에 맡겨서 손쉽게 할 수 있었다.
새 이불이나 요를 쓰다가 눅지거나 푹신푹신한 감이 없어지면 다시 솜틀집에 맡겨서 푹신푹신하고 뽀송뽀송하게 만들어 썼다. 이렇듯 이불솜은 한번 준비하면 화재나 수해 등 천재지변이 나지 않는 한 대물림하여 썼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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