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는 등 범행 일부를 부인하거나, 경찰과 검찰 조사 당시의 진술까지 번복하며 재판장과 검찰, 변호인 측의 신문을 모호한 태도로 일관할 정도였다.
특히 주범으로 알려졌던 피고인이 '강간 사건' 때문에 공범들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해 범행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는 진술을 법정에서 처음 하면서 진실공방까지 벌어졌다.
25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황의동)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25)씨와 허모(24), 이모(24), 양모(16)양에 대한 속행공판을 열고 피고인들의 증인신문을 시작했다.
우선, 범행의 목적이 피해자인 40대 남성이 조건만남을 위해 만났던 10대 여고생을 대신한 보복과 미성년과의 성관계를 미끼로 돈을 뜯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건 대체로 시인했다. 하지만, 허씨는 강도 목적에 대해선 부인했다.
범행 차량에 방치한 피해자의 사체가 있는 주차장에 다시 돌아온 이유, 즉 사체 유기 의도에 대해선 모두 말끝을 흐리며 부인했다.
주목할만한 건 허씨와 이모(24)씨, 양씨 등 3명은 범행을 이모(25)씨가 주도한 것으로 진술한 반면, 주범으로 알려진 이모(25)씨는 허씨의 협박에 못 이겨 가담했다며 주범이 허씨라는 진술이다.
이모(25)씨는 “(내가) 허씨와 사귀던 정모(15)양을 강간했다는 이유로 허씨와 이모(24)씨 등 3명이 나를 집단폭행했고, 이 사실은 압수된 허씨의 휴대전화 동영상에 찍혀있다”며 “김해여고생을 암매장할 때 나도 같이 묻힐 뻔했는데, 뭐든지 하겠다고 해서 살아났다”고 주장했다.
또 “내가 나이도 가장 많고, 전과도 많다 보니 3명이 나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경찰에 검거된 날 유치장에서도 허씨가 책 속에 쪽지를 넣는 방법으로 범행사실 조작을 주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재판부는 김해여고생 사건이 기소되면서 다음 기일부터 두 사건을 병합해 진행할 예정이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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