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특허청 차장 |
판매자인데도 '을'이 아닌 '갑'의 위치에서 비즈니스를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의 '버킨백'이나 세계 3대 시계 브랜드 중 하나인 파텍필립의 '5078'시계는 '돈이 있어도 못사는 명품'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재력이 있어도 바로 살 수 없고 일단 대기자에 이름을 올려 기다려야하고, 판매 담당자와 인터뷰를 거치고 나서야 구매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불쾌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고 싶은 욕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의 2012년 매출은 210억 달러를 넘었고, 순이익율도 13%에 달했다. 이는 국내 기업 중 LG화학과 비슷한 매출이고,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순이익률 8.27%보다도 5%P 가까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명품산업을 하나의 사치품 산업으로 치부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존재하는 명품시장에 우리 기업도 진입할 수 있도록 이들 기업의 성장 노하우를 분석하고, 산업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명품 브랜드를 키워낸 기업의 성장 과정에는 특허ㆍ상표ㆍ디자인 등 지식재산이 녹아 있다.
영국 브랜드인 버버리(Burberry)의 성장에는 창업자인 토마스 버버리의 신소재 발명특허가 있었다. 1888년 그는 면사를 방수 처리하여 직조한 후 다시 방수처리해 방수기능과 보온력을 갖춘 '개버딘 원단(gaberdine)'을 발명했고, 이를 특허로 등록했다. 영국 특유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비가 올 때마다 무거운 고무 재질의 레인코트를 입어야 했던 당시, 방수효과가 뛰어나고 가벼운 개버딘 원단의 발명은 획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출발한 버버리는 오늘날 트렌치코트의 고유명사처럼 되었다. 샤넬(CHANEL) 핸드백에도 간단하면서도 차별화된 발명이 숨어 있다.
1955년 코코 샤넬은 짧은 손잡이 때문에 항상 손으로만 들고 다녀야만 했던 가방에, 체인과 가죽 끈을 활용한 체인벨트를 더하며 최초로 어깨에 메는 핸드백을 내놓았다.
루이비통 역시, 1854년 선박 여행이 많은 당시 상황을 고려하여 물에 뜨면서 물건을 넣기 편리한 트렁크 여행 가방으로 명품업계에 등장했다. 1959년에는 딱딱한 가죽 소재 대신 면(綿)과 같이 부드러운 소재로 된 고유 문양의 모노그램을 완성하여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했다. 기술적인 연구가 없었다면 명품의 황제라 불리는 루이비통 역시 탄생할 수 없었다는 말이 된다.
패션 명품 업체들은 창의적인 발명특허와 독특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먼저 제품과 기업을 알리고 성장하면서 브랜드를 철저하게 관리하며 명성을 유지ㆍ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대전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부여 부소산 서쪽 기슭의 백마강가에는 구드래 나루터가 있다. 낙화암, 부소산성 등 주변의 볼거리와 연결된 부여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구드래는 '큰 나라, 백제'를 뜻하는 말인데, 이를 방증하듯 일본어로도 백제를 '구다라(くだら)'라고 한다. 일본에서 쓰는 말 중에 '구다라나이'(くだらない)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뜻이 '백제의 것이 아니다. 하찮고 시시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백제와 일본 간 무역이 활발했던 시기에 일본에서 백제의 물건은 최고의 품질과 브랜드를 자랑하는 명품이었던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볼 때 우리는 전통과 품질을 자랑하는 명품 브랜드를 만들고 키울 수 있는 DNA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첨단 IT산업과 화장품산업, 섬유산업 등에서 우리나라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제 이런 기술력에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브랜드 전략을 더하여 명품의 반열에 오르는 제품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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