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창업수성(創業守成)의 고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시사에세이]창업수성(創業守成)의 고민

김용민 대전대 교수

  • 승인 2014-08-25 13:38
  • 신문게재 2014-08-26 16면
  • 김용민 대전대 교수김용민 대전대 교수
▲김용민 대전대 교수
▲김용민 대전대 교수
어떤 사업을 시작하는 것(창업)이 중요한지, 이룩한 성과를 잘 보전해 가는 것(수성)이 중요한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은 과거에도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이긴 하지만 의외로 간단히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옛날이야기 하나를 해보자. 당 태종의 언행을 기록한 '정관정요'라는 책을 보면 '창업이 더 어려운가? 아니면 수성이 더 어려운가'를 신하들과 묻고 답하는 대목이 나온다. 창업이 더 어렵다고 답한 신하 방현령과 수성이 더 어렵다고 답한 신하 위징의 논쟁에서 당태종은 다음과 같은 의사결정으로 논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방현령은 지난 날 나를 따라 천하를 평정하였고 온갖 고통과 어려움을 경험하였소. 그의 말은 창업의 어려움을 몸소 겪은 경험에서 창업이 어렵다고 한 것이오. 그러나 위징은 개국 이후, 나와 함께 천하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나의 마음이 교만하고 방종한 대로 흐르면 국가적 위기와 멸망의 길을 밟을 것이라는 사실을 염려해왔소. 그것은 수성의 어려움을 보았기 때문이오. 현재 창업의 어려움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 되었으니 앞으로 여러 신하들과 함께 수성에 힘쓸까 하오.”

오늘날 나라를 세우는 창업과 나라를 유지하는 수성은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일을 꾸미고 꾸민 일을 유지하는 패러다임만은 변하지 않고 있으니 당 태종의 의사결정은 마음속 깊이 잘 새겨보아야 할 일이다. 필자는 대학교 창업보육센터를 맡고 있다. 창업보육센터는 창업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고자 창업자에게 시설 및 장소를 제공하고 경영과 기술분야에 대해 지원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사업장을 말한다. 이런 창업보육의 일은 전제조건이 사업아이디어가 있는 예비창업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아이디어는 연구개발을 통해 탄생하게 되므로 연구개발을 통한 사업아이디어부터 출발해 창업아이디어가 잘 다듬어질수 있도록 창업교육을 진행하고 이렇게 진행된 창업기업을 창업보육을 통해 성공기업, 스타기업을 만들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현실을 살펴보면 12년 기준 총 연구개발 예산은 15조 9000억원 규모로 이중 98.8%에 해당하는 16조 8000억원이 연구개발로 인한 아이디어 창출에 사용되었고, 나머지 1.2%(1956억원)만이 사업화에 사용되었다. 물론, 이 비율이 현재에도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창업에만 신경쓰고 수성에는 나몰라라 하는 행태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바뀌어야 한다. 아니 최소한 연구개발과 연구개발로 인한 사업아이디어가 사업화되는 비율은 비슷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균형을 유지할 때만이 다양한 분야의 깊이있는 창업 아이디어가 연구개발될 것이고 이를 사업화해 성공기업, 스타기업을 만들 수 있다.

창업보육센터가 바로 이런 딜레마의 중심에 있다. 대학마다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전시도 '창업500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창업의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 대학생을 발굴하고 창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여기까지다. 현실적으로 창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제 창업에 이르기까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이 창업기업이 지속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성공기업으로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창업정책은 실질적인 보육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벤처 창업기업은 3년 안에 대부분 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정부도 모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올해 정부는 '기업가센터' 사업을 시행하였는데 이 사업은 창업까지만 머물러 있었던 정책을 창업 이후 즉, 실질적 창업보육을 통해 끝까지 창업기업을 지원해 성공기업의 가능성을 높이는 사업이다.

그러나 예산 규모나 지원 정책은 미비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이런 사업을 통해 수성에 눈을 뜬 것을 다행이라고 보아야 할지 아니면 여전히 창업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불행이라고 보아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당태종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끝맺음을 해보자.

창업이 중요하냐, 수성이 중요하냐의 문제에 있어 창업의 기간은 짧고 수성의 기간은 매우 길다. 시기적절한 타이밍에서 창업과 수성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니 창업기업에 있어 무역규모 세계 10위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이 떠오른다. 이를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창업은 짧고 수성은 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