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능한 시나리오는 4가지 정도다. 우선 유가족들 뜻대로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주는 방안을 놓고 여야와 유가족들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선택지다. 우선 원점에서 재협상을 하려면 새정치민주연합이 큰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그동안 협상을 이끌었던 박영선 원내대표(국민공감혁신위원장)도 진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지도부가 나서 협상을 요구해야 하지만 연거푸 두 번씩이나 합의안을 깬 상황이라 상대인 새누리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협상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모적인 논쟁만 벌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유가족의 수사권, 조사권 요구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더이상 협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두 번째는 유가족들이 직접 청와대을 압박하고 나서는 방법이다. 20일 유가족 총회를 마친 후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족들을 직접 만나 지난 3개월 동안 대통령과의 약속이 어떻게 지켜졌는지, 지켜지지 않았다면 사과와 함께 즉각적인 약속 이행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의원들과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 의원단은 유가족과 함께 청와대를 압박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세월호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새누리당도 청와대와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유가족들이 청와대를 겨냥해 압박수위를 높인다해도 현재로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이 두가지 안은 여권에서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꾼다면 새로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세 번째로, 정치권이 기존 재협상안을 놓고 유가족들을 더 설득하면서 국회에서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유가족들의 강한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이 방법을 찬성할 수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적지않은 비판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월호법 처리를 잠시 미루고 냉각기를 갖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과 경제살리기 법안의 분리 처리는 세월호 정국의 늪에서 빠져나와 미래로 가는 유일한 출구”라며 세월호법과 민생법안의 분리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세월호법을 방치하고 있다는 따가운 여론의 뭇매를 여야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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