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도산은 무인년(1878년 11년 12일)에 대동강 하류에 있는 도롱섬에서 한 농가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어려서 고향에 있는 사숙에서 공부했는데, 천성적으로 명민함이 드러나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7세 되던 해 청일전쟁이 일어나 평양의 주민들이 흩어지고 고적과 가옥은 파괴됐다. 일본군과 청군의 전쟁을 본 도산은 어찌하여 일본과 청나라가 우리나라에 군대를 끌고 들어와 전쟁을 하게 되었나 생각했다. 도산은 소년시절 동지이며, 수년 연상인 필대은과 이 문제를 두고 밤이 깊도록 담론했다. 담론 끝에 우리나라에 힘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도산은 민족의 힘이 국가 독립의 기초이자 민족의 생명임을 통감했다.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함을 느낀 도산은 청운의 뜻을 품고 미국으로 갔다. 당시 나이는 22세였다. 목적은 학업에 있었지만 당시 미국에 이민 온 한국 동포들의 현상은 도저히 도산으로 하여금 학업에 전념할 틈을 주지 않았다. 도산은 여러 날 고민한 끝에 공부라는 본래 목적을 버리고 재미 동포들이 국민다운 생활을 하고 독립 국가를 경영할 만한 능력 있는 국민으로 끌어올리기에 노력하리라 결심했다. 호별 방문을 통하여 동포들의 생활 상태를 확인한 도산은 몸소 한 집 한 집 청소운동부터 시작했다.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동포의 생활을 변하였는데, 다만 거처의 외양만이 변한 것이 아니라 정신생활까지 변화를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하여 도산은 동포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또한 한인의 노동력을 통합ㆍ공급하는 조직을 만들어 미국사회에 한인의 노동력을 공급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을 보장하고 실직이 없게 하기 위해 힘썼다.
도산은 국민의 힘이 독립의 기초이자 생명인 것을 통감했다. 힘이란 국민이 도덕 있는 국민이 되고 지식 있는 국민이 되고 단합하는 국민이 되어서 정치ㆍ경제ㆍ군사적으로 남에게 멸시를 아니 받도록 되는 것이고, 그러한 국민이 되는 길은 국민 중에 덕(德)있고 지(知) 있고 애국심 있는 개인이 많이 생기는 것이며, 그렇게 하는 길은 우선 자기 자신이 그러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 했다. 자신이 덕 있고 지 있고 애국심 있는, 즉 힘 있는 사람이 되면 우리나라는 그만한 힘을 더하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독립운동은 각자의 자아 혁신에 있다고 단정하고, 우리 민족 각원의 첫째 의무는 덕ㆍ체ㆍ지 3육을 끊임없이 행하여 자기가 먼저 독립국 국민으로서의 자격과 역량을 구비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민족과 국가가 도산의 생활의 동기요 목표였던 것이다.
또한 도산이 동포에게 호소하는 주지는 일관하였는데, 곧 당시 세계는 민족경쟁시대라 국가가 독립하지 않고는 민족이 서지 못하고 개인이 있지 못한다는 것과 국민의 각원이 각성하여 큰 힘을 내지 아니하고는 조국의 독립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과 큰 힘을 내는 길은 국민 각 개인이 각자 분발ㆍ수양하여 도덕적으로 거짓 없고 참된 인격이 되고 지식적으로 기술적으로 유능한 인재가 되고 그러한 개인들이 국가 천년의 대계를 위하여 견고한 단결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흔히 도산의 4대 정신이라 하여 무실(務實), 역행(力行), 충의(忠義), 용감(勇敢)을 말하는데 이는 앞서 말한 도산의 주장과 사상을 대표하는 정신이라 하겠다. 실은 진실, 거짓이 없는 것이 '실'이다. 무는 힘쓴다는 뜻이므로 '무실'이란 '참되기를 힘쓰자', '진실을 실천하자'는 뜻이다. 역행은 힘써 행하라는 것. 즉, 나 자신부터 몸소 행하고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도산은 자기 스스로 실천의 본보기를 보였다. 충의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하든 다른 사람에 대해서 언제나 참되고 신용이 있고, 충성심이 있어야 하며, 옳은 일이면 어떤 것이든지 일단 작정을 하면 내게 이롭건 불리하건 끝까지 성실성을 다하고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참과 거짓, 의와 불의를 준엄하게 가르고, 참의 편에서 움직이고 살아가려면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기에 우리는 용기가 있는 인간, 용감한 국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산은 나 자신이 거짓을 버리고 참사람이 되는 것에서부터 우리나라를 참 나라로 만드는 길이 시작된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곧 나라를 힘 있게 만드는 길이라 여겼다고 할 수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