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성 한국천문연구원 글로벌협력실장 |
올해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개최된 회의에서는 유럽 남 천문대(ESO:European Southern Observatory)를 모델로 한 동아시아 천문대(EAO: East Asian Observatory) 건설과 동아시아의 첨단 천문학 연구기반을 구축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유럽 남 천문대는 지난 1962년 유럽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5개국이 모여 천문대 공동 운영을 통해 천문학 분야 공동연구, 공동 기술개발을 수행해 오고 있다. 유럽의 여러 국가가 연합해 천문대를 공동으로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인력교류를 통해 국가 간 협력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유럽은 역사적으로 전쟁과 평화의 부침 속에 국가 간 민족 간 굴곡이 있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고, 그 한 예가 유럽 남천문대와 같은 공동 연구 공동체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4개국에서도 지난 수년 전부터 유럽 남천문대를 모델로 동아시아 핵심천문대 연합을 통해 동아시아 천문학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국가간 젊은 천문학자의 교류 활성화, 국가 간 망원경 공동 활용, 동아시아 천문대 공동 운영에 대해 국가 간 벽을 넘어 서로 협력하기로 하였다. 특히, 중국, 일본, 대만은 동아시아에서 우리나라에 거는 기대가 매우 컸다.
지난날 동아시아에서는 역사적으로 일본과 한국, 일본과 중국, 중국과 대만 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천문학 분야에서는 1970년대에 일본, 1980년대에는 중국, 1990년 대 부터는 대만과 서로 협력하게 되었다. 천문학은 이해관계에 따라 변하지 않는 기초과학으로, 4개국은 그 동안의 협력을 넘어 유럽공동체, 북아메리카 공동체와 같은 지역 간 협력을 통해 국가와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기 위한 국가 간 우정을 확인했다.
이제 동아시아 국가 간 천문학의 협력은 다른 어느 학문보다도 활성화되었다. 공동으로 펠로우쉽을 운영하고 젊은 천문학자를 교환해서 양성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공동천문대를 운영하게 될 것이다. 이번 회의를 주관하며 두드러진 점은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의 우리나라에 대한 기대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칠레, 태국에서도 공동연구를 제안하고 있고, 실제로 여러 국가들과의 공동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국가 간 협력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우리는 동아시아 국가의 앞날에 대해 희망을 보았다. 중국의 군사 및 경제 강대국화와 일본의 우경화, 중국과 일본, 한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속에서,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천문학 연구기관이 서로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협력하는 모습은 우리가 추구해야할 커다란 가치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동아시아 4개국 뿐 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와 연합해 공동연구는 물론, 인적, 물적 자원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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