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밥차' 봉사대왕을 아시나요

'사랑의 밥차' 봉사대왕을 아시나요

세월호 참사때 무작정 진도에 내려가 16일동안 '사랑의 밥차' 무료급식 봉사에 미친 삶 가족에 미안하지만 아들ㆍ딸ㆍ며느리가 이해해줘 고마워

  • 승인 2014-08-20 21:32
  • 신문게재 2014-08-22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 희망나눔라자로급식봉사단 이승규 회장

세월호 참사때 사랑의 밥차를 끌고 무작정 진도에 내려가 16일동안 무료급식봉사를 한 것도 모자라 지금도 매주말 9시간씩 탑차를 끌고 진도에 내려가 남아있는 유족들과 해군, 잠수부들에게 특식 봉사를 하는 이가 있다. 바로 희망나눔 라자로 급식봉사단 이승규 회장(주 새한환경 대표ㆍ62)이 그 주인공이다. 극기와 절제의 고요한 생활 속에서도 가난한 사람들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기울인 라자로 성인처럼 이승규 회장도 그의 세례명인 라자로의 삶을 그대로 실천하는 천사다. 지난 주 그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서구 부사동 한밭라이온스클럽 사무실과 사랑의 밥차가 있는 현장에서 이승규 회장을 만나 봉사하며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사랑의 밥차를 운전하는 이승규 단장
▲ 사랑의 밥차를 운전하는 이승규 단장

▲어린 시절부터 청년시절, 대한통운 입사에서 독립까지=1953년 동구 중동 중앙시장 내 먹자골목에서 포목점을 하던 부모님의 7남매중 5남으로 태어난 그는 원동초와 한밭중, 충남기계공고를 다니던 시절 동네 골목대장 역할을 했다.

그러나 70년대 중앙시장 화재사건으로 그의 나이 열아홉살때 부모님을 잃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 친척들을 비롯해 아무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그는 배가 고파 군대에 지원했다. 처음엔 해병대에 지원했다가 도로 나와 육군 특수부대에 가서 27세에 하사관으로 제대했다. 사회에 나와봤자 반겨줄 사람도 없다는 생각에 오래 군대생활을 한 그는 제대 후 동아그룹 계열 대한통운의 장비파트에 입사했다. 3년 근무 후 리비아의 트레일러 팀장으로 발령받아 2년간 근무할 당시 사막의 대수로 공사를 하면서 사막에 물이 들어오게 하는 작업을 국가적 사명감을 갖고 했다. 이후 귀국해 7년 동안 대한통운 특수운송장비 과장으로 일하면서 트레일러를 통해 콘테이너 등 특수장비를 실어나르는 일을 책임졌다. 그러다가 평생 여기에만 머물 것은 아니다 싶어 사표를 내고 나와 트레일러 회사인 대승운수를 차렸다. 광양항에 3만대 분량을 계약하고 수송하는 일을 하면서 순풍에 돛단듯 승승장구했지만 IMF때 17억원짜리 부도를 맞고 한방에 날아가는 비운을 겪었다.

학습지 장사를 하다가 3억원의 손실만 입고 빚만 크게 떠안게 됐다. 이때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에서 환경회사인 (주)새한 환경을 설립했다.

▲시설관리와 용역 업체인 새한환경 설립=처음 3년간은 굉장히 어려웠다. 위생 관리 용역, 시설경비용역, 건축물종합관리, 물탱크청소, 방역, 방제, 소독 등 시설 관리와 근로자 파견 등을 하는 사업체인데 처음에는 대덕구 읍내동에서 직원 6명과 함께 시작했다가 비래동으로 사업체를 옮긴 지금은 전체 직원이 170명에 달하는 전국구 사업체가 됐다. 경북 도청과 대전예술의전당, 카이스트 나노종합예술센터,동구보건소, 대덕구 보건소, 한신아파트, 이안빌라, 건강보험춘천지사,국방기술품질원 등도 새한환경이 시설관리와 청소 경비 등을 맡고 있다.

“열심히 하니까 주위에서 누군가 알아주시고 도와주시더라”는 이 회장은 “새한환경이 대전에 있는 300여개 동종업체중 10위권 안에는 들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활동 시작은 대전방역자원봉사단에서=2002년 대전방역자원봉사단 회장으로 취임후 전국의 수해지역은 모두 다 쫓아다니며 방역 봉사활동을 했다. 그때는 회사를 알리자는 차원에서 더 열심히 몸으로 뛰었다. 수해지역마다 다니며 무료방역을 해주다보니 회사에선 방역약 값이 얼마나 비싼데 무료로 해주느냐며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다.

▲라이온스 입회=99년도에 지인의 권유로 대덕 라이온스에 입회했다가 10명이 함께 나와 샘물라이온스클럽을 만들어 2대 회장을 역임했다.

8명이던 회원이 55명으로 늘었고 최우수클럽상도 받았다. 그러자 한밭클럽에서 클럽 창립 30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우승을 못해봤다며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다. 이 요청을 받아들여 이승규 회장은 한밭클럽으로 스카우트 돼 왔고,한밭클럽은 2009년, 2010년, 2013년 종합 최우수클럽 대상을 받아 30년 숙원을 풀게 됐다.

▲대전곰두리자원봉사연합 수석부회장으로 시작해 희망나눔라자로급식봉사단 회장으로=2007년도부터 대전곰두리자원봉사연합에서 수석부회장을 맡아 대전역에서 무료급식봉사를 시작했다. 2년후에 나자로형제들 급식지원단으로 명칭이 바뀐 것은 전 법동성당 주임신부님이셨던 황용연 신부님을 같이 대전역에서 급식봉사하다가 만나 신부님의 권유로 영세명을 나자로로 받게 됐다.

토요일과 일요일 노숙자와 독거노인 무료급식을 맡은 나자로급식봉사단은 토요일은 대덕구 오정동 효성공원에서, 일요일은 대전역 동광장에서 무료급식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보통 대덕구 오정동 효성공원에는 300여명, 대전역동광장에는 350여명이 식사를 하러 온다. 봉사 인원은 60여명 가량 된다. 자원봉사자들은 다음카페 '희망나눔라자로급식봉사단'에 공지하면 학생들을 비롯해 다양한 층에서 찾아주신다.

카페지기는 경덕공고 김원태 교사와 박범진 교사가 맡아 수고해주신다. 이승규 회장은 “경덕공고와 폴리텍 대학과 대전기관차사무소와 MOU를 체결했는데 이 분들이 지속적으로 도와주셔서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봉사활동하다가 아파트 두채 값 팔아먹고 이혼위기까지=이승규 회장은 집에서 각서를 두번이나 썼다. 두번다시는 봉사하러 안나겠다는 내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료급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거의 그의 사비로 충당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비는 곧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 운영자금이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다. 봉사에 미쳐 회사돈을 물쓰듯이 퍼다썼다는 이유다. 법원에서는 조정관이 특이한 이혼 사유에 조정을 하도록 했다.

집에 눈치가 안보일 수 없다. 그래서 알아서 자발적으로 쓴 각서다. 그러나 이 각서는 형식에 불과할뿐이다. 그는 여전히 봉사활동을 하러 나갈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이제는 집에서도 포기하고 눈감아준다.

무료급식봉사를 하러나가서 헐벗은 이를 만나면 그가 입고 있던 티셔츠도 벗어준다.

“배가 고파본 사람만이 진실을 압니다. 화재사건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집안이 무척 힘들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믿을만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때 어려운 사람의 사정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했기에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겁니다. 그렇지만 한달 무료급식비가 500여만원이 드니까 2007년부터 지금까지 매주말 무료급식을 해왔으니 아파트 두 채를 날릴만하죠. 그래서 접으려했더니 역전에서 전화가 온겁니다. '왜 밥 안주느냐고요.' 그래서 무료급식을 접으려던 마음을 되돌리게 된거죠.

누가 시키면 절대 못할겁니다. 진도 참사때도 김호근 후배가 2, 3일만 다녀오자고 해서 쌀 2톤과 라면 300 상자를 갖고 내려간건데 물품이 금새 떨어져 되돌아와야 될 상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쪽 상황이 너무 딱해 차마 발길을 돌릴 수가 없어 SNS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니 구호물품들이 계속 탑지해 16일을 내리 머물게 됐던거죠.”

▲골프존 회장 도움 받다=“제가 한참 힘들때 대전자원봉사지원센터에서 골프존 김영찬 회장님을 소개시켜주시더군요. 희망나눔라자로봉사단 활동을 다음카페에서 보시고 진짜 열심히 한다고 말씀하시며 매달 무료급식비로 250만원을 지원해주고 계시죠. 덕분에 카드빚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하하하). 지금은 재정난에서 헤어나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잘하려고 노력중입니다. 110명 회원중 30,40명 회원이 매주말 무료급식소 현장에 나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계십니다. MOU를 체결한 경덕공고와 폴리텍대학 학생들은 돈이 없는 대신 몸으로, 활동으로 힘을 보태주죠.”

▲진도 봉사=세월호 참사가 터진 날 제일 먼저 트레일러를 달고 사랑의 밥차를 운전해 진도에 도착하니 가는 날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 비닐을 씌워놓고 일을 시작했다.

“갖고 간 쌀 2t이 이틀만에 다 떨어져 진도의 자원봉사지원센터에 쌀을 지원해달라고 했더니 어렵다는거에요. 그래서 같이 간 김호근 처장이 SNS에 사정을 올리니까 한시간만에 쌀 십여 t이 진도농협을 통해 계속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해드릴 수 있게 됐죠. 하루에 3200여명에게 급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16일을 내리 잠도 못잔 상태로 일하다보니 눈이 무거워 이쑤시게를 붙여도 내려 앉더군요. 잠잘 곳도 없어서 운전석에 앉아 자곤 했죠. 그렇지만 저와 김호근 처장의 공통점은 '가자, 하자' 단 두마디면 끝납니다. 긍정적인 마음이 서로 통하는거죠. 김호근 처장은 저에게 제가 살아가는 길을 인도해준 고마운 협조자입니다. 지금도 토요일마다 점심 무료 급식을 마치는대로 트레일러를 달고 8시간을 달려 진도에 도착하면 밤 12시입니다. 매번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갑니다. 경덕공고 김원태 선생님은 저와 같은 특수부대 출신이라서 '안됩니다, 못합니다'라는 말은 절대 안하고 저랑 같이 트레일러를 타고 갑니다. '먹자, 가자, 죽자' 이 세마디면 끝나죠. 진도에 도착하면 자장면 특식도 해드리고, 탕수육도 해드리고, 닭백숙도 해드리고, 수박화채도 해드립니다. 여러가지 먹을거리를 다양하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대전시 조리사협회 조리사분들이 기능기부를 해주시는 덕분입니다.”

지금도 진도 팽목항과 체육관에는 150~200여명이 항시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있는한 이 회장의 진도행도 계속될 예정이다. 진도에 가는데 8시간,오는데 8시간, 왕복 16시간을 2톤 반 트레일러를 끌고 다니는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진짜로 힘들때도 있지만 좋은 마음으로 갑니다. 누군가는 해야될 일이니까요. 나라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입니다. 저를 필요로 할때까지 갈겁니다. 10구를 아직도 못찼았거든요.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하지 못하는것을 제가 한다는데서 보람도 느껴지고 마음도 뿌듯합니다. 어차피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니까 제가 세상에 살동안은 최선을 다해 베풀고 도우며 살려고 합니다. 힘닿는대까지 할겁니다. 다행히 아들, 딸,며느리가 이해해주고 거들어주니 고맙죠. 공부를 못하면 봉사라도 열심히 해야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쳤습니다. 경덕공고 학생들은 자원봉사로 전국 실업계 최고지요. 항상 무료급식소 현장에 나와서 솔선수범하는 아이들이 기특합니다. 제 나이가 환갑을 지나고 보니 이제 체력이 달리네요. 눈도 침침하고 안보여 수술도 해야 하고 짐 한번 실었다 내리면 팔과 허리가 너무나 아프고 그래서 트레일러 운전과 봉사도 한 10년 더 하려고 하는데 걱정입니다.”

▲삼천원의 행복 봉사단장과 라이온스 재난재해대책위원장=삼천원의 행복나눔에서도 자문위원이자 봉사단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은 삼천원의 행복나눔 자문위원들이 대전무역전시관 내 해피몽워터파크에 조손가정 청소년 100명을 초청해 물놀이체험을 시켜줬을때도 무료급식봉사에 팔을 걷어붙이고 앞치마를 두른채 사랑의 밥차를 가동시켰다. 또 독거어르신들 300명을 초청해 보령 용두해수욕장에 모시고 간 행사에서도 어르신들을 섬기는데 최선을 다했다. 라이온스에서는 재난재해대책위원장을 맡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그는 타고난 유전인자가 남다르게 보이는 천사표다.

한밭라이온스클럽 사무실에는 그가 봉사활동으로 받은 트로피와 감사패, 공로패, 훈장, 휘장이 온 벽을 가득 채우고, 받은 상장만 해도 석 상자가 넘는다.

봉사대왕의 훈훈하고 헌신적인 행로가 이 사회를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 이승규 단장은…

53년 대전에서 출생해 대전보건전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한국방역협회대전지회장, 국제라이온스 355-D지구 샘물라이온스클럽 회장, 대덕구 자원봉사협의회 회장, 한국방역협회 중앙회 조직이사, 자녀안심학교보내기 대덕구 부회장, 곰두리 자원봉사연합 대전광역시 부회장, 국제라이온스355-D지구 대전, 충남 봉사위원장, 대전 방역자원봉사단 회장, 라자로 급식봉사 회장, 대덕구안전모니터단장, 국제라이온스협회 356-B지구 재해대책위원장, 대전시 자원봉사지원센터 운영위원, 국제라이온스협회 356-B지구 환경분과위원장을 역임했다.
서울특별시장 자원봉사 인증서를 받았고,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한국방역협회장 표창, 원촌산업정보학교장 표창을 받았다. 또 이웃사랑과 나눔의 문화 확산 기여로 대전시장 표창, 국제라이온스협회 355-D지구 무궁화사자대상 금장, 사회봉사신문봉사상, 국제라이온스 국제협회장 표창, 대덕구청장 표창, 보건복지부 질병관리 본부장 감사패를 받았다.
이밖에도 수해지역 봉사활동 기여로 제주특별 자치도지사 표창,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보건산업이사장 표창을 받고, 자원봉사를 통해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 국제라이온스협회 356-D지구 총재 표창, 국제라이온스협회 356-D지구 무궁화사자대상, 금산군수 표창, 사회봉사신문 봉사대상, 국제라이온스 복합지구 봉사대상, 전국자원봉사대축제 최우수상, 대전자원봉사대축제 입상으로 대전시 봉사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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