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로 한밭대 교수 |
그러나 야당 측의 참패로 끝난 이번 7ㆍ30 재보궐선거를 마치고 걱정하는 국민이 적잖다. 여야를 떠나 건전한 진보정당이 우뚝서지 못하는 아쉬움과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사실상 양당체제하의 한국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는 비행기의 양 날개와 같아 어느 한쪽이 기울어지면 제대로 날 수 없듯이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 지역간 계층간 균형 등 민주적 가치와 사회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수 없으며 결국 국민이 불행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에서다.
과거의 한국 정치사를 보면 시대에 따라 정당의 역할과 지위가 달랐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에서는 국가의 기본 틀을 세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에도 각종 부정과 부패한 지도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민주주의의 실험단계 수준에 머물렀다.
박정희 정권은 국민의 가난과 분단국가의 안보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국가 성장에 몰두하여 보수적 성향의 정당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주적 의사결정과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대신에 민주주의의 두터운 그림자가 발생됐고 이로부터 진보정당의 뿌리를 내렸다. 그 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이 균형을 이루며 한국의 정치를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진보정당은 어떤가.
박정희 정권에서는 진보주의자들은 성장위주의 정책결정에서 소외된 지역과 계층, 정책결정의 비민주성에 불만을 갖는 계층으로부터 확실한 희망이고 대변자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재에는 확실한 정책적 목표와 대변할 계층이 없는 것이 문제다. 사실상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어찌보면 상대 정당의 잘못만 기다려 반사이익만 챙기려는 정당처럼 보인다. 그나마 새누리당이 좀더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안보이슈를 선점하고 복지와 노인 등 사회 소외계층의 문제 등 진보진영의 영역까지 확장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민사회단체가 진보정당의 많은 영역을 담당하면서 오히려 진보정당의 역할이 줄어든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슈는 얼마든지 많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고 있는 국민이 얼마나 많은가? 청년 취업문제부터 노인층의 노후불안, 다문화 불안정, 저출산 및 고령화 등 사회문제가 얼마나 많은가? 또 지역간 계층간 갈등요인이 얼마나 많은가? 이제 새정치민주연합도 눈치만 보지 말고 안전과 평등, 가난, 부정부패, 불공정, 소외자, 인권 등 진보적 이슈를 주도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부정부패 척결 없이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나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 각종비리 사건 등 각종 사건사고의 배후에는 부정부패와 불공정이 연루된 경우가 많다. 성장의 그림자에 묻혀져 온 많은 문제들, 투명하고 바른사회를 위하여 개선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상황이다.
야당으로서 직접해결 할 행정권이 없지만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어려운 국민의 믿을 수 있는 편이 되어 고충을 함께 나누는 정성만 있다면 정당으로서의 소임은 충분한 것이고 그렇게 할 때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국민은 현명하다. 그동안 선거를 통해 항상 견제와 균형을 맞춰왔다.
지난 7ㆍ30 재보궐선거의 실패를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보다 확실할 목표를 세우고 국민속으로 더 깊게 다가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스포츠에 비유한다면 정치도 선수만 바라보는 관전 체육에서 벗어나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생활체육으로 바꿔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권만 잡으려는 근시안적 목표보다 국민의 마음을 잡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