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에이앤엘 대표) |
유명한 과자의 미국과 국내제품을 비교하며 가격과 중량, 개수까지 세어 놓았으며 또 한 블로거는 중국, 일본, 국내의 동일한 컵라면의 중량과 내용물을 비교하는 사진과 글을 올려놓았다. 결과는 예상한대로(?) 국내제품이 더 비싸고, 더 적고, 더 옹색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먹을거리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어 씁쓸했다. 식탁의 먹을거리를 보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위기의 밥상'을 매일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신선제품 몇가지를 제외하면 거의 다 수입농산물과 그 제조품이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45개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국내 농업은 위기를 넘어 몰락하기 직전이라고 느껴진다. 국내 콩 자급률은 70년대초 100%에서 2013년 9%로 하락하여 세계 10위의 콩 수입국이 됐다.
참깨의 경우도 1990년도 83%였던 자급률이 2013년 13%로 하락했다. 국산 참깨가 원료인 진짜 참기름을 먹기가 쉽지 않게 됐다.
게다가 수입산 콩의 대부분은 유전자가 변형된 GM콩이 대부분이어서 더욱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민들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환금성이 떨어지는 작물을 더 이상 생산할 수 없는 구조에 맞춰 생산 품목을 조정해야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역시 유통재벌의 출현으로 먹을거리를 포함한 모든 유통의 독점을 통해 종속된 소비를 해야만 하기 때문에 저질의 제품을 고가로 구입해야하는 입장이 돼버렸다. 결국 먹을거리의 주인인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더 이상 주인이 아닌 변형된 구조로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돼 왔다. 농업과 밥상을 함께 살리는 대안으로 '로컬푸드'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로컬푸드란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지역 농산물을 말한다. 로컬푸드 운동은 특정 지역에서 농민들이 생산한 먹을거리를 가능한 한 그 지역 안에서 소비하도록 촉진하는 활동이다. 먹을거리가 생산지로부터 밥상까지 이동하는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것은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도 익명성에서 벗어나 사회적 거리를 좁힘으로써 식품 안전과 가격 안정을 보장받자는 것이다.
로컬푸드 운동은 얼굴 있는 생산자와 얼굴 있는 소비자가 서로 관계 맺기를 통해 밥상 안전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생산-소비의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 것을 권한다. 또한 친환경 농업에 의해 영농이 지속되고 생물이 다양하게 유지되며 먹을거리 이동 거리의 축소로 이산화탄소의 방출 감소 효과가 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로 인해 전국 각 지자체가 앞다퉈 로컬푸드를 표방하고 나서고 있다.
단기간의 성과를 위한 급조된 정책과 근시안적인 추진으로 본연의 로컬푸드를 해치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울 지경이다. 각 지자체는 생산자가 안전하고 싱싱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정책을 구상하고, 소비자가 신선하고 착한 가격의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직접 구매가 어려운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노인, 직장맘 등 소수의 소비자들도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인터넷 거래나 배달서비스 등도 단계적으로 고민하고 정책을 수립해 제대로 된 로컬푸드 사업을 창출하고 유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급과 수요를 파악해 미래수요를 예측하는 시스템의 개발과 매장까지 가지 않아도 직장이나 집에서 가격정보와 구매가 가능한 시스템의 개발을 통해 21세기형 로컬푸드 온라인매장의 설치도 검토해 봤으면 한다. 가장 활성화된 완주 로컬푸드의 경우 시골 노년층 소농민들의 판로 개척을 통해 한달 평균 소득이 150만원정도 예측된다고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 일년내내 농사가 가능하며, 다양한 가공품도 개발해 소득을 올릴 수 있고, 농산물 판매 대금의 90%는 농민에게 돌려주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주에 완주 로컬푸드 효자점에서 만난 농민의 미소속에 담긴 행복감을 잊을 수 없다. 농민이 행복하고, 소비자가 행복한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가치있는 이 사업이 이권단체나 유통재벌들의 먹이감이 되지 않도록 소중하게 지켜지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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