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실정이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학원 수준에 맞추려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강화하는 악순환은 눈에 안 띌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공교육 정상화' 관점에서는 회의론이 고개를 든다. 무리한 선행학습 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무리한 정책이 양산될 소지마저 있다.
그 이전에 사교육을 유발하는 입시경쟁이 상존하는 현실을 덮어두고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사교육을 왜 찾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현장이 무시된 탁상행정은 실효성을 그만두고 풍선효과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상을 말하면 대입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한 뒤에나 가능한 제도다.
현장 중심이 되지 못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학습 부담은 그대로인 고3 교실을 특정해보자. 과연 수업에 파행이 없을까. 제도의 허점을 비집고 제2, 제3의 선행교육이 봇물을 이루지는 않겠는가.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이 가능한 자사고 등에는 상대적으로 날개를 달아주거나 오히려 사교육 시장에 나올 요인을 제공할 개연성도 있다.
사교육 시장의 선행학습 양태로 보면 교육과정 정상화보다 교육 정상화는 더 요원할 것 같다. 단순히 생각할 때 공교육 과정의 '앞당겨 가르치는 관행', 즉 선행학습이 금지되면 그것이 가능한 학원으로 몰릴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에게 유리한 교육환경을 만들려는 수요는 더 커질 수 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늘어나 결과적으로는 불균형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현장 목소리도 보도를 통해 전해진다.
심의와 규제, 단속만으로는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 선행학습 수요 제재 대상을 학교에 한정시킨 부분은 결정적인 허점이라고 본다. 법 내용의 결정적인 흠은 사교육 수요를 줄일 근본 진단과 대책이 결여된 점이다. 선언적 의미를 넘어 '현실'에 안 먹히는 제도에 대한 보완 목소리가 만만찮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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