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 |
장애인과 그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수도자 등 158명 앞에 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만 78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준비한 의자에 단 한번도 앉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위해 노래와 율동을 하는 장애 어린이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눈을 맞췄고, 아이 하나가 손을 들어 하트 모양을 만들자 자신도 하트 표시로 화답해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 여성들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을때는 다정하게 팔을 벌려 꼭 안아주었습니다. 전신마비로 평생 병상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지체장애우 이마에 입맞추며 축복하는 교황님을 보면서 연일 낮은 곳으로 향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섬기는 모습에 국민들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4박 5일 방한 기간 내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교황님이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위로하는 모습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하면서 아픔을 치유해가는 사회적 힐링을 느끼게 했죠.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위안부 피해자와 강정마을 주민 등 한국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초대해 위로해주셨습니다. 교황님은 4박5일 방한기간 내내 들르는 곳마다 환경미화원과 시설관리원 등을 만나 일일이 선물을 나누셨습니다. '내가 아는 유일한 언어는 몸의 언어'라고 하셨듯이 백 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어렵고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달려가 손을 잡고 위로해주셨습니다.
무한경쟁과 물질주의를 비판하고 비인간적인 경제모델은 배척하라고 강조한 프란치스코 교황님 신드롬이 들불처럼 번져나갈 듯합니다. 물질 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은 중요하다는 교황님의 말씀은 힘들고 억울하고 답답한 국민들의 마음에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다가옵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물질 만능 사회에 저항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종교를 초월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죠. 낮은 자를 섬기는 겸손함과 따뜻함의 리더십이 큰 울림을 주셨습니다. 고급차와 좋은 숙소를 외면하고 낮은 곳을 향하는 소탈함 역시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교황님은 소박함과 겸손함, 가난한 이들을 위한 배려와 사랑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분이셨습니다.
교황님은 15일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때는 예정된 헬기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KTX를 타고 대전에 오셨고, 청빈을 실천하기 위해 대사관에 머물면서 우리나라 국산 소형차를 타고 오시는 깜짝 행보를 보여주셨죠. 평생에 단 한번뿐인 감동의 자리에 구름떼처럼 몰린 시민들이 열광적으로 '비바 파파'를 외치며 환호하는 자리는 '프란치스코 신드롬'을 예견하는 자리였습니다.
교황님은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는 미사 집전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주시면서 사람들 마음속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져주셨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함께 아픔을 나누는 소탈하고 겸손한 교황님 행보는 천주교 신자는 물론 일반인까지 감동시켜 교황님만 보면 누구나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지고 행복해지면서 '비바 파파'를 외치게 했습니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 방문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큰 기쁨과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큰 희망을 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치고 힘든 우리 국민들에게 권위 의식 없는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시면서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큰 잔향을 남겨주셨습니다.
교황님 방한 마지막날인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에서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신 교황님의 말씀을 되새겨봅니다.
만면에 인자함과 푸근한 미소가 넘쳐흐르는 교황님은 이번 4박5일간의 한국 방문이 하느님의 선물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비바 파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오래 오래 건강하게 지내시면서 상처받고 아픔 많은 우리들에게 희망의 복음을 계속 전해주시길 소망합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