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즉생 필생즉사' 이순신이 명량해전에 나아가기 하루 전에 쓴 휘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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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68만), 역대 최고의 평일 스코어(98만), 역대 최고의 일일 스코어(125만), 최단 100만(2일), 최단 200만(3일), 최단 300만(4일), 최단 400만(5일), 최단 500만(6일), 최단 600만(7일), 최단 700만(8일), 최단 800만(10일), 최단 900만(11일), 최단 1000만(12일), 최단 1100만(13일), 최단 1200만(15일), 최단 1300만 돌파(17일) 등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지난 16일 오전 11시30분 기준으로 누적 관객수 1362만7153명을 기록, 외화 '아바타'가 세운 최고 기록(1362만 4328명)를 제치고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런 신기록 행진에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언론에서 “유아, 거동불편 고령층 등을 제외하면 국민 두명 중 한명이 관람했다”는 등등 요란을 떨어 마치 영화를 보지 않으면 사회의 비주류로, 왕따 된다는 얄팍한 심리가 작용한 것.
우리 역사에서 영웅은 많다. 특히 전쟁에서 승리로 국운을 지킨 장수들로 한정해도 안시성 호랑이 양만춘,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거란 침략을 물리친 강감찬,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 등등. 하지만 후세에 성웅으로 높임을 받는 분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뿐이다. 이런 이유로 장군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또 장군의 3대첩 중 하나인 명량대첩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줄거리는 눈앞에 선하다. 따라서 일반적 영화의 흥행 요소인 갈등, 복선 등에서 오는 흥미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사를 새로이 써내려 가는 흥행 돌풍의 힘은 장군의 한마디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충은 왕이 아닌 백성에게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에서 오는 답답함과 분노 등을 씻어내 주고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리더십 부재로 인한 혼란과 갈등이 극에 달한 현시점에서 '오로지 백성을 생각한다'는 정신으로 조선을 패망의 위기에서 구한 이순신 장군에게서 희망을 보고 위안을 찾은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벌써 40여일이 지났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것 같은(天崩地壞)슬픔이 어느새 잊혀지고 있는 현실을 질타하듯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의 눈물, 총리의 사퇴 등은 어느덧 빛바랜 역사의 하나로 잊혀지고 만듯하다. 정치권은 지난 16일 유가족들에게 약속한 진상 규명이나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 작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에 한목소리로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도 협상이 파행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국가 지도자들에게 묻고싶다. 현시대에서 이순신을 찾고 바라는 것은 헛된 욕심일까.
이건우ㆍ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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