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찔움찔, 끄떡끄떡… 우리아이 이상한 버릇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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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움찔, 끄떡끄떡… 우리아이 이상한 버릇 놓치지 마세요

환자 10명중 9명 유아·청소년… 조기 교육·교우관계 등 스트레스 얼굴 등 신체 일부분 빠르게 움직이거나 소리… 1년이상 지속땐 전문 치료를

  • 승인 2014-08-18 14:14
  • 신문게재 2014-08-19 10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틱 장애


# 준모가 또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킁, 킁, 다 죽어버려. 미친년.”

평소보다 큰 소리였다. 앞에서 팔짱을 끼고 가던 여자애 둘이 흘끔 뒤를 돌아다보았다. 준모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죄송합니다. 킁, 킁.”

“죄송해요”

내가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쪽 보고 그런 게 아니라 얘가 아파서 그래요. 뚜렛 장애라는 병이거든요.”

진지한 표정으로 최대한 정성을 다해, 그러나 한편으론 우리에게는 별 대수로울 것 없는 일상적인 일임을 이해시키는 게 중요했다. 이런 식의 사과라면 중학교 때부터 천번은 더 했을 것이다.

(중략)

정이현 작가의 소설 '안녕 내 모든 것'에는 뚜렛 장애(틱장애)으로 인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무 때나 욕설을 내뱉는 준모의 상태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 이창화 교수(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이창화 교수(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근 드라마 주인공의 열연으로 관심을 받고있는 틱장애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건강보험 심사 결정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진료인원이 2009년 1만6천 명에서 지난해 1만7천 명으로 5년간 1천 명(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틱은 특히 소아에서 매우 흔한 질병이다. 심평원 자료 확인 결과 연령대별로는 지난해 기준 10대 구간이 45.3%로 가장 많았으며, 10대 미만은 37.1%로 유아·청소년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어른들은 자녀가 의미 없이 반복하는 습관이나 버릇들을 보고도 별 생각 없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하찮은 버릇 하나도 아이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표시일 수 있다. 조기교육이나 교우관계 문제 등으로 어른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의사표현이 미숙하기 때문에 그 표출방법이 지극히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단순한 버릇을 넘어 질환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틱장애의 진단과 치료법에 대해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창화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의미 없는 동작이나 소리를 반복한다?

틱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움직이는 증상의 경우 눈을 깜박인다든지 경련하듯 머리를 흔들거나 어깨를 으쓱거리는가 하면, 코를 벌렁거리는 등의 행동을 취하며, 감탄사나 목청을 가다듬는 소리로 표출되기도 한다. 공통점은 증상이 생기기 전에 불쾌한 감각이나 느낌이 있고 틱 행동을 하고 나면 이 증상들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흔히 눈을 깜빡이는 증상부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위치가 자꾸 변한다. 특히 긴장, 흥분, 불안, 피로, 스트레스 상태에서 증상이 심해진다. 또한 감기나 과민증, 월경전기 등의 신체상태 때에도 악화된다. 반면 잠을 잘 때나, 한 가지 행동에 몰두할 때는 증상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노력하면 일시적으로는 틱의 증상을 억제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음성틱 또는 운동틱 중 한두 가지가 한 달 이상 계속되고 1년 이내에 없어지는 것을 일과성 틱장애라고 하는데, 이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년 이상 지속되면 만성 틱장애로 분류되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한다. 또한 가장 심한 경우로는 여러 종류의 운동틱과 한두 가지 이상의 음성틱이 동시에 나타나고 1년 이상의 만성경과를 밟는 투렛장애가 있다.

▲스트레스에 민감, 일부 유전적 성향도 있어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틱은 스트레스에 민감하며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의 지나친 교육열은 가장 흔한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이다. 공부에 대한 압박감과 부모로부터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한 긴장, 불안 등의 내적 갈등이 틱을 통해서 방출되는 것이다.

틱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형제 순으로 살펴보면 첫째 아이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는 맏이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요구가 커 아이가 알게 모르게 심리적 부담을 안게 되고, 이로 인한 갈등이 누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만성 혹은 음성 틱장애는 같은 가족 내에서 흔히 발견되며, 투렛장애의 경우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나타나 있다.

이러한 틱증상은 뇌의 이상에서 비롯되며, 사회 심리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다. 순수한 정신질환 혹은 정신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위사람들이 먼저 이해하고 아이가 틱장애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틱과 함께 가장 흔히 동반되는 상태는 강박장애, 주의력 결핍으로 인한 학습장애, 과잉행동장애, 기분장애 등이다. 또래들의 거절이나 낙인에 따른 또래관계와 사회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또한 반복적으로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고해서 반드시 틱은 아니며, 뇌전증 등의 다른 병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헛기침은 인후염이 원인일 수 있으며 눈을 깜박이는 것 또한 결막염 때문일 수도 있다. 이상한 증상을 보이면 전문의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틱 자체보다 정신적 안정을 염려해야

일과성 틱장애는 안정된 환경 내에서 지내면 대개는 치료를 받지 않아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든지 인간관계 유지나 공동생활을 방해할 정도라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족이 틱의 증상을 오해하고 창피를 주거나 벌을 주며 증상을 억압해보려고 하는 경우 아이는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이러한 악순환 결과 틱증상이 심해지고 우울증이나 성격의 변화와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부모들이 특히 틱증상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많은데, 틱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다. 지나친 기대감이나 압박감, 그리고 참견 등은 아이의 틱증상이 심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창화 교수는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증상을 지적하기보다 심부름을 시키거나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다른 놀이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또한 수영이나 태권도 등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근육의 운동을 체계화시킴으로써 의미 없이 움직이는 근육의 움직임이 줄어들 수도 있다.

더불어 이창화 교수는 “틱 자체보다는 오히려 아동의 일상적인 생활, 친구관계, 학교에서의 적응상태 등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틱증상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게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학교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원만한지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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