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극작가ㆍ수필가 |
그런데 젊은 소설가 이문열은 '필론(Philon)의 돼지'라는 소설 말미에 잠자고 있는 돼지를 등장시키고 있다. 역시 환경은 퓌론의 돼지와 꼭 같다. 맹렬한 폭풍우 탓으로 인해 배가 뒤집힐 지경이며 사람들은 살기 위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퓌론의 돼지와 같은 상황인데도 이문열은 폭풍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편안하게 잠만 자고 있는 돼지를 가리켜 현자(賢者)의 잘못된 인식을 비판하고 있다.
퓌론이 말하고 있는 '먹고 있는 돼지'나 이문열이 말하고 있는 '잠자는 돼지'는 모두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알고 있는 지도층에 있는 현자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들은 현장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피했던 것이다. 이처럼 같은 상황인데도 퓌론은 돼지를 본받으라 했고, 이문열은 그런 돼지 같은 인간은 되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명박 정권 때 광우병 파동과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우리나라 전체가 마치 폭풍우를 만난 선박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야권에서는 정부가 무능해서 이런 참사가 발생했다고 발목잡고, 여당에서는 명쾌한 해결책이나 대책마련을 내놓지 못하고 여론의 향배와 떼 법(?)이 플러스된 군중심리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꼴을 보여주고 있었다. 때문에 수많은 헛소문만 난무했고, 이 헛소문은 날개 돋친 듯 카카오톡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또는 이메일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그리고 나라가 무법천지가 되는 듯 했다. 현자(賢者)는 있지만 돼지처럼 나 몰라라 먹고 있는 돼지나 잠자고 있는 돼지만 있었다.
이때 나타난 인물이 김지하(본명:英一)다. 반체제 문인들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로 박정희 정권 때 현자의 역할을 하다가 사형언도까지 받았었다. 그리고 지금 그 딸이 대통령 자리에 있으니 악연일 수밖에 없다. 그가 당한 고초로 볼 때 퓌론의 돼지나 이문열의 돼지처럼 배 밑 바닥에서 먹고 있거나 잠자고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는 우왕좌왕하는 이 소란스런 사회에 일침을 가했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걱정된다고. 대통령도 정부도 세월호의 피해자들에게 안전사고를 교사한 바 없고, 안전사고에 대한 배상은 기업체로부터 받아야하는데 어째서 국민 모두가 물어줘야 하느냐'고 말이다. 그는 또 '사고를 당한 유족들이 대통령까지도 수사하고 기소하겠다는 이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이며, 사망자 전원을 의사자(義士者)로 예우한다는 것은 온 세계역사에 그 유래가 없는 일로 노벨평화상이라도 받아야 할 가공할 인도주의에 해당 할 것이라고, 진보정치라는 허울 좋은 명분만을 내세운 정치인들은 이번 세월호 사건을 폭동의 불씨로 키우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빨갱이들은 원래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 주장을 하다가 폭동을 일으킨다는 것은 온 국민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이나 떼법을 부르짖는 일부 몰지각한 인물들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을 악용해 정부를 뒤집으려는 불쏘시개로 삼으려 아우성치고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7ㆍ30보궐선거를 통해 붙잡힌 대통령의 발목을 풀어주었다.
이제부터라도 대다수의 국민에 의해 발목이 풀린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해야 하고 외교에 힘써야 하며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일이며, 붙잡힌 발목을 풀어준 국민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발목만 잡고 대안 제시를 못하는 정치인은 잠자는 돼지만도 못한 좀비에 불과한 것이다.
좀비!, 죽었지만 살아있고, 영혼 없이도 행동하는 부활한 시체 좀비가 판치는 세상을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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